뇌물로 얼룩진 'LH 발주' 감리… 업체 대표·전직 교수 구속

입력
2024.02.27 23:41
뇌물 수수 현직 교수는 영장 기각
여죄 및 입찰 담합 수사 탄력 전망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정부가 발주한 사업의 감리 입찰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준 감리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신영희 부장판사는 27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건축사무소 대표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김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허모씨에 대해선 "범행을 일부 부인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수금액, 피의자의 주거, 직업, 가족관계 및 진술태도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2년 6~10월 조달청이 발주한 아파트 건설공사의 감리 입찰과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2,500만 원을 주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대 건축공학과 현직 교수인 허씨는 당시 김씨 회사가 참여한 입찰의 평가위원이었다.

법원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은 주모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국립대 교수인 주씨는 2020년 12월 LH가 발주한 아파트 감리 용역 입찰 심사를 맡으면서 입찰에 참여한 유명 감리업체로부터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뇌물을 주고 받은 정황은 검찰이 감리업체들의 입찰 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업체 대표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업체 관계자 휴대폰에서 '인사비를 얼마씩 지급할 계획이냐' '(다른 업체 관계자에게) 큰 거 두 개를 준비하라고 들었다'는 취지의 대화 녹음파일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속된 김씨 등을 상대로 또 다른 뇌물 범죄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또 당초 사건의 발단이었던 감리업체 간 담합 수사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찰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LH 및 조달청이 발주한 아파트 건설공사의 감리 용역 입찰에서 감리업체 10여 곳이 순번과 낙찰자를 미리 정하는 등 담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의 담합 규모(용역 낙찰금액 합계)는 수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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