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성동갑에서 만만찮은 전투력을 가진 여야의 두 전사가 맞붙는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 공천하면서,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과 맞대결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성동갑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내리 3선을 한, 민주당의 총선 우세 지역 중 한 곳이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가 '험지'인 서초을에 도전장을 내는 변수가 발생했고, 국민의힘에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천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을 상대로 한 '86 운동권 청산' 구도를 일찌감치 짠 이유였다.
이 같은 구도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전문가인 윤 전 의원은 임 전 실장에게 적합한 대항마였다. 실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느냐"며 운동권 대 경제 전문가 대결 구도를 부각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전 전 위원장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민의힘은 허를 찔린 모양새가 됐다. 무엇보다 전 전 위원장은 운동권과 거리가 먼 인사다. 변호사 겸 치과의사로 활동하다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권에 영입됐기 때문이다.
윤 전 의원은 그러나, 상대 선수 교체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본보 통화에서 전 전 위원장을 '운동권 정권(문재인 정부)의 하수인'으로 규정하며 "핵심 운동권이든 운동권 하수인이든 대한민국을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데 걸림돌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날을 세웠다.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전 전 위원장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6월 권익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정권 교체 이후 1년 이상 여권의 강한 사퇴 압력을 견디고 3년 임기를 다 채웠다. 강단이 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전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집중 감사에 유병호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역공의 과감함도 보였다.
과거 총선에서 민주당이 3연승을 한 지역구이지만 지역 민심이 변화 조짐을 보이는 만큼 결과 예측은 쉽지 않다. 2022년 대선 득표율을 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 지역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8.40%포인트 격차로 눌렀다. 당시 두 후보의 전국 득표율 차인 0.73%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다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선거구 획정은 변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시안이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현재 중구성동갑, 중구성동을은 이웃한 종로구와 선거구 조정을 거쳐 4·10 총선에서는 종로중구과 성동갑, 성동을로 재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