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는 강아지.. 인지기능장애? 강아지 치매 확인 차트 및 관리법

입력
2024.02.28 09:00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방학동물병원 이상민 원장입니다. 이번 사연 속 보호자분은 노령견 2마리를 키우면서 노화와 관련된 여러 증상을 마주하신 것 같습니다. 강아지 치매가 의심되어서 마음이 많이 무거우실 것 같네요. 쉽게 단정할 수는 없으나, 사연 속 강아지의 치매(인지기능장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동물병원에 방문하여 상담과 진찰을 받으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럼 보호자분이 걱정하시는 강아지 치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아지 치매 알아보기

먼저 뇌의 노화는 많은 개와 고양이에게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입니다. 결국 인지능력이 떨어지거나 아예 없어지게 되는데요. 이것을 인지기능장애 또는 치매라고 합니다. 노령에 나타나는 신경 및 행동학적인 문제를 의미하죠. 주로 학습의 어려움과 기억력 감퇴, 공간지각능력(주위를 인지하는 것)의 감소 그리고 상호작용과 수면패턴의 변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보호자분들이 병원을 찾아 말씀하시는 강아지 치매의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애가 앓는 소리를 하고, 밤에 먹을 걸 달라고 보채요", “허공을 보면서 서 있다가, 계속 집 안을 돌아다니고 구석에서 나오지 못하기도 해요", "대소변 실수가 생겼어요", "낮에는 계속 자고 밤에 잠을 안 자고 돌아다녀요" 등 주로 이상행동을 보이고 어디 아픈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속상해하십니다.

가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강아지 치매 체크리스트

강아지 치매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정말 치매가 맞는지 자세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강아지 치매를 확인할 수 있는 국제 표준 차트 DISHAA(일명 디샤)가 있습니다. DISHAA는 치매의 주요 증상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대표적인 치매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Disorientation : 방향 감각 상실

● Interacts less alert : 사회적 상호작용의 변화

● Sleep/wake cycle disturbances : 수면 패턴의 변화 및 수면 장애

● House soiling : 배변 실수, 학습 및 기억력 상실

● Activity changes : 활동성의 변화

● Anxiety : 흥분

보호자가 집에서 강아지의 인지기능장애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증상이 있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증상을 잘 파악해두면 동물병원에서 상담 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위 설문은 퓨리나에서 발행한 강아지 치매(인지기능장애) 평가서인데요. 이 설문을 활용하면 강아지 치매가 맞는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사연 속 강아지처럼 '반복적인 행동(빙글빙글 돌기 등)을 합니다', '밤에 짖습니다' 등의 항목이 있어요. 아니다(0)와 약간 그렇다(1), 그렇다(2), 매우 그렇다(3)로 점수를 매겨 우리 강아지의 행동을 평가해 주세요. 4~15점은 초기 치매 진행 중, 16~33점은 중증 치매 진행 중, 34점 이상은 고도의 인지기능장애입니다.

정확한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설문과 더불어 동물병원에서 신체검사와 기본 혈액검사 등을 진행해야 합니다. 강아지가 통증이나 불안을 느끼는 다른 원인이 없는지, 이를 배제하기 위한 진찰이 필요합니다. 또 뇌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뇌종양과 뇌혈관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MRI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종합적인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강아지 치매(인지기능장애)를 진단할 수 있으며, 진행 정도를 평가하여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설정하게 됩니다.

다만 인지기능장애는 뇌기능의 퇴행성 변화이다 보니, 치료로 증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치료에 대한 목표는 '현재의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와 보호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강아지 치매 관리 방법

우리 강아지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어떤 부분을 고려하고 관리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1. 뇌기능 퇴행성 변화 이해하기 : 치매는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이고, 치료와 돌봄 등 충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2. 영양학적인 관리 : 뇌의 퇴행성 변화를 늦추기 위해 고품질 사료와 항산화제 등의 보조제 급여가 도움 됩니다.

3. 환경적인 관리 : 사연 속 강아지처럼 자꾸 돌아다니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안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위험한 곳에 접근할 수 없도록 안전펜스를 설치해 주세요. 야간에 증상이 심해진다면, 야간 간접 조명 등을 설치해 밝은 환경을 조성해 줄 수도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기존 가구 등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일과를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4. 뇌에 자극을 주는 활동 : 고령으로 산책이나 운동이 어렵다면, 안고 외출을 나가서 냄새 맡기 등의 자극을 주세요. 또 치아 상태가 양호해서 음식을 잘 씹을 수 있다면, 저작(씹는) 자극을 주는 껌을 급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장난감을 활용한 놀이도 뇌를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약물치료 : 증상이 심하다면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인지기능장애 치료제, 수면장애 조절 약물 등을 처방해 급여해 볼 수 있습니다.

6. 지지요법(적응 능력을 향상하고 현재의 고통을 완화하는 치료) : 인지기능장애는 노령에서 심화되는 질병이다 보니, 다른 퇴행성 질환 관리도 함께 진행돼야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관절 질환 같은 다른 퇴행성 질환도 물리치료 등으로 적절히 관리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강아지 치매(인지기능장애)를 미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연자분은 둘째 강아지도 치매가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하셨는데요. 7세 이상 노령견이라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서 현재 건강 상태 및 앞으로 건강 관리상의 주의할 부분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또 흔한 말이지만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산책이 인지기능장애 예방뿐 아니라 노화를 늦추는 가장 기본적인 건강관리법이라는 점을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사연 속 강아지가 적절한 약물 치료와 환경 관리 등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학동물병원 이상민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