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 "차별적 구조로 여성 대법관 소수... 절반 이상 돼야"

입력
2024.02.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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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젠더법 전문가로 소수자 보호 강조
"'고집 센 왼손잡이 여자애' 말 들어"
"사법농단, 실체 없다고 생각 안 해"

'젠더법 전문가'인 신숙희(54·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 후보자가 여성 대법관 비율이 전체 대법관의 절반 정도로 늘어나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신 후보자가 임명돼도 대법관 14명 중 3명만 여성이다. 그는 사법부의 정당성이 소수자 보호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여성 대법관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가장 존경하는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전 연방대법관은 (여성이) 100%까지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미냐'는 추가 질의에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겪어본 일과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어서 (대법관 구성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관의 인적 구성에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 후보자는 '여성 대법관이 그간 소수였던 이유가 실력 있는 여성 법관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사회의 차별적 구조 때문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신 후보자는 법원 안팎에서 젠더법 전문가로 꼽힌다. 2008년 젠더법연구회 창립회원으로 2020년부터 2년간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법관이기 전에 여성이나 소수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동료와 후배 법관들과 소통해 작은 해결책이라도 찾아보자는 생각에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센', '왼손잡이', '여자애'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고집 세게 저항해 결국 왼손잡이인 정체성을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소수자로서 뚝심 있게 정체성을 고집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 왔다는 취지다.

일부 성범죄 사건의 낮은 양형 기준에 대해선 여성 최초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양형 기준은 어느 정도 정비가 됐지만 피고인이 부인하는 경우, 양형 심리와 유무죄 심리가 분리해서 이뤄지기 어려운 지점이 있어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법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성평등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사법농단'에 관한 생각을 요청하는 질의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다만 "아예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해 사법농단이 의혹에만 그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내비쳤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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