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멸망 혼란상 보여주는 '칠피갑옷' 부여 관북리유적서 출토

입력
2024.02.27 15:21
2011년 충남 공주 공산성 발굴 이래 두 번째

40년 넘게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인 충남 부여 관북리유적에서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한 상황을 추정케 하는 유물이 다량 발굴됐다. 옻칠된 가죽을 연결해 만든 '칠피갑옷'도 나왔는데, 백제시대 칠피갑옷이 출토된 건 2011년 충남 공주 공산성 발굴 당시 이후 두 번째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부여 관북리유적 백제 사비기 왕궁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의 유물 폐기층과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수혈유구)에서 칠피갑옷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출토된 칠피갑옷의 조각은 6점이다. 상태가 양호한 갑옷은 남아 있는 부분의 폭이 18.2cm, 너비가 49.2cm이다. '일정한 크기의 갑옷 조각 단위'를 뜻하는 미늘의 길이는 7.5~7.8cm, 너비 4.2~4.4cm이고, 미늘을 연결하는 원형의 구멍은 0.2~0.3cm이다. 연구소는 "처음에는 매우 얇은 조각 일부만 노출돼 갑옷으로 단정할 수 없었으나 출토 조각의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옻을 칠한 갑옷임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부여 관북리 유적은 1982년부터 발굴 조사가 시작돼 백제 사비기의 건물지나 연못지 등 왕국 시설과 관련된 중요한 구덩이가 확인된 곳이다. 지난 21일부터 16차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말안장 부속품 중 발 받침대인 '등자'와 말의 아래턱뼈로 추정되는 동물 유체도 확인됐다. 주변 출토 유물 상황과 갑옷의 형태를 고려할 때, 칠피갑옷은 '말갑옷(馬甲)'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관북리유적과 공주 공산성 칠피갑옷 모두 발견 당시 주변에 폐기된 다량의 유물과 불에 탄 목탄이 함께 출토됐는데,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사회 상황의 일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면밀한 과학적 보존처리를 진행하고 지속적으로 백제 사비왕궁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관북리유적 발굴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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