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34억여 원이라고 한다. 이런 국회가 민생을 말할 때 숫자 뒤편의 삶까지 제대로 알 거라고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올해 양당 국회의원 후보의 평균 연령이 56.6세라는 거다.
양당이 발표한 단수 공천 후보 명단을 모아서 연령과 성별을 구분했다. 2월 26일까지 발표된 단수 공천 후보들의 평균 나이는 56.6세였다. 2020년 총선(54.7세)과 비교하면 1.9세 많다. 심지어 역대 최고령 국회라 불리는 20대 국회의 평균 나이 55.5세와 비교해 봐도 더 많다.
반대로 젊은 후보는 줄었다. 만 39세 이하 후보 비율은 3.9%. 지난 총선에 후보로 나선 2030 세대 비율(8.2%)보다 절반이나 줄었다. 여성 비율도 더 적어졌다. 양당 단수 공천 후보 중 여성은 15.4%로 지난 총선(26.7%) 대비 10%포인트 이상 적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6개 지역에 여성 후보가 한 사람도 없다.
국회는 국민을 닮아야 한다는데, 지금 후보 명단을 보면 청년과 여성의 얼굴은 없다시피 하다. 행정안전부가 작년 10월 발표한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2030 유권자는 전체 인구의 31.1%를 차지한다. 31.1% 대 3.9%. 고령화로 인해 인구 구조가 역전되고 '그레이 선거'가 됐다고 해도 2030 세대가 과소대표 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국회의원 연령과 성별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말은 종종 비판받는다. 지금까지 본 청년과 여성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기 어려운 탓이다. 우리는 제대로 젊은 국회를 가져본 적도 없고 성비가 균등한 국회를 가져본 적도 없는데 질문부터 받는다. "이준석은 좋은 젊은 정치인인가? 류호정, 장혜영은 좋은 젊은 여성 정치인인가?"
다양하지 않은 국회에서 사라지는 건 청년 후보 개인의 꿈이나 열망 같은 게 아니다. 유권자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누군가의 우선순위가 입법 과정에서 뒷전이 된다는 게 문제다. 뉴스타파에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청년 법안 980개의 가결률을 조사했다고 한다. 창업, 결혼, 육아, 신혼, 대학생, 임신, 출산 등을 키워드로 뽑아낸 청년 법안의 가결률은 2.45%였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전체 법안 2만2,469개의 가결률(5.13%)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왜 이럴까? 위기에 대한 감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기 의식에 힘을 실어 줄 사람이 적다. 청년 세대가 먹고살고 자고 일하는 문제가 유난한 것처럼 보이는 의회 구성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한 젊은 지방의원은 의회에서 젊은 세대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게 청년 관련 예산이라고 했다. 근거도 없이 사라지는 예산에 딴지를 거는 게 자신의 역할 같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정당 상관없이 의회 안에 또래 의원 세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세 사람이 지지하는 정책은 유난한 목소리가 아니라 보편의 목소리가 되어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제22대 국회에서도 2030 유권자와 청년, 여성의 우선순위는 뒷전이 된다. 대통령 선거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청년과 여성을 호명하던 정당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꿀 수 있는 시간은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