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형' '면허 정지'... 정부 초강경 대응에 MZ 전공의 돌아올까

입력
2024.02.27 15:03
"정부, 의도치 않았겠지만 강압적"
"MZ세대,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
"정부 의사 소통 방식 재검토해야"
"사직 전공의가 정당한 대접받길"


"장기간 복귀하지 않아 환자 사망 사례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수 있다"
"3월부터는 최소 3개월 면허정지 및 수사·기소 등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16일, 26일 브리핑 中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초강경 대응에 의료계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는 "MZ세대 전공의는 정부 조치가 강압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라며 "이들 세대를 움직이려면 강압이 아닌 설득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수 MZ세대 강압적이라고 느껴"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1기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전공의들이 화가 난 이유는 우리나라 어떤 직업군도 사표를 냈다고 해서 구속하고 법정 최고형 구형을 경고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내 의료를 받치고 있는 전공의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강경 대응은) 잠재적인 범죄자나 피의자에게나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도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에 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에게 병원 복귀 후 투쟁할 것을 독려했던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도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주간 정부 모습은 의도치 않았지만 권위적이었다"며 "많은 의사들이 정부의 권위에 굴복하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 사실이고, 젊은 세대는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적었다. 특히 "'업무개시명령-출국금지-법정최고형-경찰의 감시', 이것이 다수의 MZ세대는 강압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라며 "정부의 의사소통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행정집행을 해야 함을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국민(전공의)의 기본권을 제한해야 한다면 충분히 설득하고 마지막까지 안타까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이 갈등을 정부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도전으로만 보지 말고,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일이란 점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도 25일 오후 열린 대표자확대회의에서 젊은 전공의들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은 어린 아들과 딸이 왜 화가 났는지, 화가 났으면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달래주는 게 먼저"라며 "정부도 MZ세대인 전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 80% 사직 제출, 인턴·전임의도 이탈

정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복귀를 요청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한다면 지나간 책임은 묻지 않을 것"이라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서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 데다, 내달부터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의대 졸업자들도 인턴 근무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전임의(세부 전공 수련 전문의)마저 동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7시 기준 99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09명(80.6%)이다. 소속 전공의 72.7%인 8,939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용을 포기하는 '예비 인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은 당초 인턴 151명을 모두 충원했으나 이 중 90% 이상이 임용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인턴 132명 중 대부분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머지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에서도 인턴 일부가 수련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지켰던 전임의의 이탈도 우려되고 있다. 주요 병원 소속 전임의들은 대부분 이달 말 근로 계약이 종료된다. 전임의들마저 29일 이후 병원을 떠나면 의료대란이 불가피하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