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신할까 두려웠다"는 '파묘' 김고은, 어떻게 진짜 무속인처럼 연기했나

입력
2024.02.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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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로 26일까지 관객 262만 명
"무속인들 작은 동작 관찰해 연기
접신 장면서 귀신 볼까 무서웠다"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영화 ‘파묘’ 속 이화림처럼 예스러운 말투였다. 배우 김고은은 “‘서울의 봄’(2023)처럼 ‘파묘’가 잘돼서 다시 한국 영화들로 극장이 붐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파묘’의 흥행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파묘’는 지난 22일 개봉해 26일까지 관객 262만 명을 모았다. 일요일(25일) 관객(81만 명)이 토요일(24일·77만 명)보다 많아 흥행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민식 "'파묘'의 손흥민"이라 칭찬

‘파묘’는 한국형 오컬트 영화(주술이나 영적 현상을 다룬 영화)다. 한반도를 주술적으로 지배하려는 일제의 계략에 맞서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의 활약을 그렸다. 김고은이 맡은 화림은 일본 유학파인 MZ세대 무당이다. 김고은은 “시나리오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에 내뿜는 힘이 있는 인물이라 어설프지 않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화림의 언행은 관객의 눈을 붙든다. ‘파묘’의 흥행 5할은 김고은이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선배 배우들의 시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풍수사 김상덕을 연기한 최민식은 김고은을 “‘파묘’의 손흥민”이라고 표현했고, 장의사 고영근 역의 유해진은 메시에 빗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도는 무덤을 파낼 때 화림이 굿을 하는 장면이 특히 강렬하다. 화림이 오른손으로 얼굴을 횡으로 가로지르며 재를 묻히는 모습은 영화를 대표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김고은은 여러 무속인들의 굿을 살펴보았고, 그들에게 말투와 동작에 대한 조언을 수시로 들었다. 그는 “큰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세심한 동작을 잘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무속인) 선생님들이 굿을 할 때 목을 살짝 떨거나 꺾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고 말했다. 김고은이 “이렇게 칼을 잡고 깃발을 빼내는 동작”이라고 말하며 몸을 조금 움직일 때 화림이 잠시 와있는 듯한 착각을 줬다. 김고은은 “선생님들이 바빠서 촬영 현장에 계속 계실 수 없었다”며 “표정과 말투가 궁금하면 전화나 영상통화를 통해 수시로 물어본 후 연기했다”고 했다. 그는 “접신하는 장면을 찍을 때 혹시 귀신을 볼까 무섭기는 했는데, 선생님들이 ‘너는 그쪽 아냐’라고 해서 안심했다”며 웃기도 했다.

"경문 읽는 장면 찍기 전 도망치고 싶었다"

화림이 경문을 읽어 관에서 빠져나간 혼을 부르는 장면은 “촬영이 미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받으며 연기”했다. 경문의 길이도 길이지만 자신만의 호흡으로 리듬감 있게 읽기가 쉽지 않았다. 김고은은 “선생님이 읽는 모습을 녹음해 리듬까지 통째로 외우고 따라 했다”고 말했다.

스크린에는 한기가 가득하나 촬영 현장에서는 웃음이 넘쳐났다. “부산 기장군에서 두 달가량 촬영할 때는 여행처럼 느껴질 정도로 행복“했다. 김고은은 “장재현 감독님도 두 선배님(최민식과 유해진)도 유머에 욕심과 자부심이 있어 정적이 없을 정도로 우스개가 끝없이 이어졌다”며 “배가 찢어질 정도로 많이 웃었다”고 돌아봤다.

김고은은 그동안 ‘극장가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관객을 많이 모은 출연작이 ‘영웅’(2023·327만 명)이다. ‘파묘’가 ‘영웅’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다. 김고은은 “하루 관객 수를 듣고선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숫자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끝까지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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