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주방전시회 개막… AI가 진화시킬 '가전의 미래' 엿본다

입력
2024.02.27 15:00
100개국서 업체 500곳 참가해 각축
LG전자, 최대 규모 '전시 공간' 꾸려

주방과 욕실에 인공지능(AI)이 들어오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 가사 노동에서 비로소 해방될 수도 있을까.

가전제품의 미래를 미리 만날 수 있는 북미 최대 규모의 주방·욕실 전시회 'KBIS(The Kitchen & Bath Industry Show) 2024'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다. 올해로 60회째를 맞는 KBIS엔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100개국의 업체 500여 곳이 참가해 혁신 가전 기술을 뽐낼 예정이다.

매년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가전, TV, 모빌리티 등 전기로 구동되는 모든 것을 총망라한다면, KBIS는 TV를 제외하고 가정 내에서 사용되는 가전들이 주로 전시되는 자리다. 일반 소비자보다는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업계 전문가들을 위한 행사로, 지난해에는 5만여 명이 찾았다. 북미는 프리미엄 가전 선호도가 높은 시장인 탓에, 초고가 프리미엄 가전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한 국내 업체들에도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LG전자, 최대 규모 전시장 마련... 북미 B2B 시장 공략

세계 가전 시장의 선두주자인 LG전자는 1,022㎡ 면적의 대형 전시장을 마련해 관람객들을 맞는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참가 업체들 중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 LG전자는 북미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겨냥한 빌트인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고객사들의 요구 사항이 다양한 것을 감안해 전체 전시장을 △가구 구성 △가격대 △공간 활용도 등에 따라 나누고, 그에 맞는 제품들을 각각의 공간에서 전시한다. LG전자의 초고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 공간에서는 무광 스테인리스를 적용한 새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가정용 AI 로봇도 만날 수 있다. LG전자가 특별 제작한 영상을 통해서다. 영상 속에서 두 바퀴로 움직이는 가사도우미 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이용자가 운동 중인 상황에서 세탁이 끝날 경우, '종료 후 세탁물 케어' 코스(세탁물 구김을 최소화하는 기능) 사용을 제안한다. 파티를 준비하는 이용자에게 냉장고 내부의 식재료를 영상으로 보여 주고, 해당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추천한 뒤 조리법을 냉장고 화면에 띄워 주기도 한다.

LG전자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생성 AI 시장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MS의 AI 솔루션을 LG전자의 AI 비서와 결합해 시끄러운 전시장에서도 이용자 음성을 구별하고 다양한 억양이나 발음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청소기에도, 냉장고에도... 대세는 인공지능

삼성전자도 별도 전시장을 마련한다. 이곳에서 삼성전자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는 아일랜드 식탁(섬처럼 주방과 분리된 취식 겸 조리대)이 늘고 있는 미국 시장 특성을 감안, 해당 식탁 아래쪽에 설치하는 냉장고와 와인냉장고를 소개할 계획이다. 또 AI가 바닥 환경에 맞춰 청소하는 비스포크 청소기 등도 전시될 예정이다.

최근 구글 클라우드와 제휴를 맺은 GE도 생성 AI 플랫폼과 결합된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는다. 집 안의 가전들과 연결된 앱이 가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굽기·튀기기·익히기 등 원하는 조리법과 갖고 있는 재료를 알려주면 AI가 맞춤형 레시피를 제공해 준다. 월풀은 두꺼운 폴리우레탄 폼 단열재 대신 자체 개발한 진공 단열재를 넣어 벽 두께를 기존 제품 대비 최대 66% 줄인 냉장고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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