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네타냐후?'... 가자 휴전 큰 틀 합의에도 "라파 공격 끝까지"

입력
2024.02.26 19:00
하마스와 휴전 협상 "윤곽 나와" 미 발표에도
라파 진격 고수 "휴전해도 결국엔 공격할 것"
협상 전략 일환 가능성... 타결까지 난항 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큰 틀에서 '임시 휴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와는 별개로 라파 공격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미국 간 균열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결국 '라파 작전'이 향후 휴전 협상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네타냐후 "하마스 제거... 라파 공격 안 멈춰"

네타냐후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CBS뉴스에 출연해 하마스와의 휴전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라파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휴전) 협상이 이뤄질 경우 (라파 공격이) 어느 정도 미뤄지겠지만, 결국은 (공격을) 하게 될 것이며, 협상 불발 시에도 어찌 됐든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해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긴 했으나, '하마스 섬멸'이라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강경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 개전 후 하마스 24개 대대 중 18개를 소탕했음에도, '라파에 숨은 4개 대대를 제거하지 않고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에 대해서도 "하마스가 '망상적 주장'에서 벗어나 현실적이 되면 우리가 원하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하마스는 말이 안 되는 요구로 (협상을) 시작했는데, 아직 그것을 포기했다고 말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미국 정부 발표와 맞물려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임시 휴전·인질 석방의 기본 윤곽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며 "구체적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40명가량의 인질을 석방하면 6주간 휴전하는 내용이 협상안의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협상단이 후속 협상을 위해 이르면 26일 카타르에 도착한다"고 전했다.



재차 경고하는 미국... "이, 군사 작전 멈추라"

휴전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네타냐후 총리 언급의 여파를 미국이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오히려 하마스가 최근 협상 과정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소식도 공개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휴전 협상단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휴전 기간과 합의 첫 단계에서 풀려날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 이스라엘군의 점진적 철수 등에 대해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일변도 입장을 두고 '향후 하마스와의 추가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네타냐후는 인질 협상을 망치려 들다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요구를 드러낸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재차 경고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민간인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의식주를 공급하기 위한, 실행 가능하면서도 명확한 계획이 없는 한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진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 계획에 대해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NYT는 "라파에 머물고 있는 14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이스라엘은 앞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