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6일 대규모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하며 '국민권익 증진'을 이유로 꼽았다. 구역 지정으로 그간 꽉 막혔던 재산권 행사의 빗장을 과감하게 풀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구역 해제 결정을 두고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해제된 구역 대부분(전체 85%, 287㎢)이 군 비행장 인근이라는 점에서 안전성과 소음 문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결국 4·10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실제 이번 보호구역 해제 지역들을 보면, 서울시 강남과 서초, 송파 일대 46㎢가량 구역이 호재를 맞이했다. 근처 경기 성남비행장의 보호구역이 필요 최소 범위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들을 포함, 대치동, 개포동, 일원동, 잠실동, 삼전동, 송파동 등 이른바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동네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일대, 하남·과천·평택까지 더한다면 수도권 지역 해제 구역만 122㎢에 달한다. 전체 해제구역의 36%다. 여기에 충남 서산비행장 일대 141㎢도 보호구역에서 풀렸다.
군 당국은 "주민 불편이 대폭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히려 안전과 소음 문제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만만치가 않다.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의 근거가 되는, 개발지로서의 매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9년 승인을 받은 서울 송파구의 제2롯데월드가 대표적인 예다. 성남비행장의 비행안전구역 밖임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이착륙 시 안전 문제 등으로 착공 시작까지 십수 년이 소요됐다. 이후에도 활주로 변경과 제2롯데월드를 회피하기 위한 저고도 비행으로 인근 주민들은 소음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개발호재에 따른 난개발이나 부동산 투기 같은 후유증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선 군사보호구역 해제 조치에 땅 투기 세력들이 들썩이는 경우는 허다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서울·수도권 금싸라기 땅이 대거 해제되는 데 비해 실제 재산권 침해가 컸던 강원도나 경기 북부 일대는 소폭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강원도 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운 격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정책이 결국 4·10 총선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조치 아니냐고 지적한다. 총선을 앞두고 단행했던 과거 정부의 보호구역 해제 '도돌이표 정책'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말, 정부는 338.4㎢에 달하는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보호구역 해제를 단행했고, 이듬해 77.1㎢, 21대 총선 당해인 2020년 100.7㎢의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집권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