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난맥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비(非)이재명계 ‘공천학살’이 노골적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총선 승리를 논하기도 어렵게 된 양상이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가운데 이 대표는 지난 23일 입장을 밝히던 중 “(동료의원 평가에서) 0점 맞은 분도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공천 후유증을 최소화해 통합을 이뤄야 할 당대표가 동료의원을 조소하는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친명 강경파 ‘처럼회’ 출신인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하며 “백현동 판결을 보니 국민에 거짓말"한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침묵하다 이제 와서 화풀이하는 수준이다.
민주당의 자멸적 풍경은 국민 보기에 민망하다. 공천은 시끄럽기 마련이지만 지금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을 공감하기 힘든 경우도 드물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비주류 공천탈락 도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문제가 된 업체를 제외한다고 어제 결정했지만 “조사에 문제가 없으나, 불필요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를 댔다. 어물쩍 뭉갤 게 아니라 이 업체가 진행한 여론조사 내용을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그래야 공천심사에 신뢰가 생길 수 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책임이야말로 그냥 넘길 게 아니다. 재심을 청구하면 의원평가 점수를 공개할 수 있다며 ‘급한 불’을 꺼놓고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이의신청하고 열람하더라도 공개는 당규 위반”이라는 것이다. 앞서 비명계 박용진 의원에게 하위 10%에 해당됐다고 알리며 “난 잘 모른다. 통보만 한다”던 대목에선 무책임에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친명 주류가 자신들의 희생 없이 총선 때 저절로 ‘정권심판’이 작동할 것이라 믿는다면 그보다 한가한 인식은 없다. 정당의 공천이 특정계파 이익에 매몰된다면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논란을 잠재울 특단의 대책이 안 나오면 ‘이재명 사당화’에 공감하는 국민은 늘어날 것이다. 이대로라면 ‘야당 심판론’을 피해 가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