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1000명에게 따뜻한 한 끼 제공한 '500원 식당'… "여름방학 때 또 만나요"

입력
2024.02.25 16:00
경남 창원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 
급식이 없는 방학 기간 동안 한정 운영

“잘 먹었습니다. 여름방학 때도 꼭 열어주세요”

지난 23일 점심시간, 경남 창원시 진해구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500원 식당 앞에선 아이들의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고사리 같은 손에 초콜릿 등 간식을 들고 와 건네는 아이도 있었다. 이영순 조합 이사장은 “오히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 얼굴 다 기억해 뒀으니 여름방학에도 꼭 와야 한다”며 웃었다.

이날 점심은 500원 식당이 올 겨울방학에 마지막으로 문을 여는 날이었다. 한동안 못 먹게 될 식당 밥을 놓칠세라 아이들은 오전 11시 30분부터 몰려들었고, 40분 만에 모든 음식이 동나면서 일찍 문을 닫아야 했다. 돈가스에 감자튀김, 우동까지. 단돈 500원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주방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인 뒤 가게를 빠져나갔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매주 수요일을 뺀 평일 아동‧청소년 1,000여 명이 다녀갔다”며 “밥값으로 받은 50여만 원은 이사회를 거쳐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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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식당은 2022년부터 방학 때마다 아이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 급식이 나오지 않는 기간 아이들이 점심을 거르지 않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당초 무료로 운영하다 아이들이 ‘공짜 밥’을 주저하면서 500원을 받게 됐다. 이번 방학에는 예산이 없어 중단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지역 기업들과 개인 기부자들의 후원으로 되살아났다.



창원=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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