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다. 연초 밝혔던 가계대출 관리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고삐를 죄는 조치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8일부터 만기 15년 이상 주담대 금리를 0.1~0.3%포인트 인상한다. 비대면 상품인 우리WON주택대출 금리는 0.1~0.2%포인트, 전세대출은 대면·비대면 모두 0.1~0.3%포인트 금리를 상향 조정한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에 일괄 적용하는 본부 조정금리(가산금리) 인하폭을 축소하는 것으로,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서비스 이후 경쟁적으로 내렸던 금리를 회복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대면 대출 갈아타기 금리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
주요 은행 중 주담대 금리 인상은 이번이 세 번째다. KB국민은행은 7일부터 주담대 변동·혼합금리를 모두 0.23%포인트 올렸고, 신한은행은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05~0.2%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변동금리)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과 변동금리 기준인 금융채 6개월물 금리가 두 달간 보합권에 머물러 있는데도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모두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연초 금융당국에 "올해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1.5~2%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마다 가계대출 순증가액을 2조 원대, 3조 원대 내로 제한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굉장히 타이트한(빡빡한) 수치'라는게 은행권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말부터 22일까지 일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조5,000억 원 이상, 주담대 잔액은 2조 원 이상 늘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두 은행은 연초 대비 또는 지난달 대비 가계대출과 주담대 잔액을 줄였다. 다른 은행들도 2월 주담대 증가분을 1월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관리한 결과 22일까지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695조1,303억 원)은 1월 대비 1,840억 원 줄어들었다. 이들 은행의 지난해 연말 대비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은 총 2조7,209억 원이다.
26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까지 감안해 대출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충격을 감안해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 원인 사람이 분할상환식 변동금리 주담대를 30년 만기로 받는 경우 기존엔 3억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억1,500만 원, 하반기엔 3억 원만 대출이 가능하다.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엔 2억8,000만 원으로 한도가 축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