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로또라고 해서 관심이 가더라고요. 저도 생애 처음으로 무순위 청약 넣어보려고 은행에서 금융인증서까지 미리 받아 준비를 마쳤습니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26일 예정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 넣을 거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입주에 들어간 이 아파트가 요즘 부동산시장에서 뜨겁다. 개포동 새 대장주로 떠오른 이 아파트가 4년 전 분양가 그대로 3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받기 때문이다. 잔금 미납 등의 사유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온 걸로 추정된다.
핵심은 단연 분양가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4년 전 분양가 그대로 나와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공급가격(발코니 확장금액 포함·의무)은 전용면적 34㎡(3층)가 6억7,000만 원, 59㎡(4층)는 13억2,000만 원, 132㎡(2층)는 22억6,000만 원이다. 최근 서울 강북에 나온 새 아파트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다.
최근 34㎡가 7억 원대 초반, 59㎡는 22억 원 선, 132㎡는 49억 원(24층)에 거래됐다. 예상 시세차익이 59㎡는 분양가 대비 9억 원, 132㎡는 20억 원을 웃돈다.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선 역대 최대 무순위 청약 경쟁률을 점친다. 지난해 서울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에서 전용 59㎡ 1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는데, 당시 82만9,000여 명이 몰렸다. 이번엔 못해도 100만 명은 몰릴 거라는 분석이다.
전국적 관심이 쏠린 건 청약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주택 수와 상관없이 전국 청약이 가능하고 더구나 이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실거주 의무가 없다. 계약금 10%만 내고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를 수 있다. 잔금일이 6월 7일이라 가능하다.
전용 59㎡ 전세 시세는 10억 원 선, 132㎡는 15억~16억 원 선이다. 59㎡를 전세 끼고 산다면 대략 3억 원가량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선다. 다만 이 단지는 아직 일부 공사가 덜 돼 준공승인 없이 임시승인을 받고 입주를 진행해 주택담보대출에 제약이 따라 전세를 들이지 않으면 자기자본이 더 필요하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당첨되자마자 분양권을 팔겠다는 글도 많다. 계약금만 내면 분양권 상태로 매도할 수 있다. 다만 분양권을 매입 후 1년 이내 팔면 양도세율이 77%에 이른다. 가령 59㎡ 분양권을 20억 원에 팔아 7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하면 내야 하는 세금만 5억3,900만 원에 이른다. 또 재당첨 제한 10년이 적용돼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신규 청약은 포기해야 한다.
잔금을 치른 뒤 팔아도 그날을 기준으로 1년 이내면 양도세율이 77%에 이른다. 양도세 폭탄을 피하려면 1주택자의 경우 2년 보유+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 반드시 본인이 2년 들어가 살아야 집값 12억 원까지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이 조건을 채우고 양도차익이 10억 원이라면 내야 할 양도세는 500여만 원이다. 하지만 2년 보유 요건만 채워 일반세율이 적용되면 내야 할 세금이 2억3,000여만 원으로 뛴다. 결국 단기 차익을 볼 게 아니라면 실거주를 염두에 두고 무순위 청약에 나서는 게 좋다. 취득세도 변수다. 조정대상지역이라 다주택자에겐 취득세율도 중과된다. 3주택자가 132㎡를 사면 내야 할 취득세만 2억9,000만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