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령서 불법 번식장 적발.. 지자체는 "모르고 있었다"

입력
2024.02.26 09:00


야산에 숨어 있던 무허가 번식장이 또 적발됐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지역에 있던 불법 번식장이 들통나서 수많은 동물들이 구조된 적이 있었는데요. 정작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번식장이 불법 영업을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이번주 동물 이슈’ 시작합니다.

지난 21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충남 보령시에 있는 무허가 번식장을 적발하고 동물들을 구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에 뜬장이 설치돼 있었고, 동물들의 배변은 바닥에 널려 있었습니다.

적발 당시에는 강아지 121마리, 고양이 2마리가 발견됐습니다. 번식장 주인은 “6개월 전부터 번식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 여러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동물들의 건강 상태도 심각했습니다. 대부분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피부 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뜬장에서 지낸 탓에 다리가 골절된 동물도 발견됐습니다. 심지어 턱뼈가 함몰된 강아지도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번식을 거듭하면서 탈장 증상을 보인 동물도 있었지만, 적절한 치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치료가 필요한 개체는 동물병원으로 옮기고, 나머지 동물들은 보호소에 데려갔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번식장도 경매장을 거쳐 동물을 펫숍에 판매했습니다. 번식장 주인은 “중간 거래상을 통해 경매장에 동물을 공급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어느 경매장으로 동물을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무허가 번식장과 펫숍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게 경매장”이라며 “이들을 둔 채 불법 번식장 근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경찰에 불법 번식장과 경매장 사이 관계를 조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이 무허가 번식장의 존재를 지자체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보령시에서는 이미 대규모 불법 번식장이 적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약 470마리 개들이 불법 사육되고 있는 현장이 들통난 겁니다. 당시 사건이 불거진 뒤 보령시는 불법 번식장 단속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관련 부서는 번식장의 불법 행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보령시 관계자는, “문제가 된 번식장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환경보호과에서 철거 명령을 내렸는데, 그 내용이 동물보호 부서에 공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령시 환경보호과는 2019년, 악취와 소음이 난다는 번식장 인근 주민의 민원을 접수했습니다. 법령 검토를 마무리한 보령시는 번식장이 가축분뇨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철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번식장 주인은 2022년까지 세 차례 내려진 명령을 거부하고 버텼습니다. 그 사이 무허가 번식장이라는 불법 행위는 전혀 법령 검토의 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보령시 관계자는 “환경보호과와 논의해 문제 시설을 빠르게 철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무허가 번식장을 운영하며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 처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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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사진 및 영상 = 동물자유연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