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대통령, 정의선 회장에게 '현대차 따봉'..."친환경차 열심히 만들겠다"

입력
2024.02.23 16:15
8면
대통령 집무실서…룰라, '엑스'에 사진 올려 
현지 공장을 수소차·친환경차 생산 라인으로 교체 
2032년까지 1.5조 현지 투자
현대차 CUV 인기…정의선 회장, AAM 소개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현대차가 2032년까지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상당의 현지 투자를 약속한 데 만족감을 표시한 것이다.

현대차는 22일(현지시간) 정 회장이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룰라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현지 친환경 및 미래기술 분야 투자 계획을 전했다고 23일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면담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정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뿌듯해했다. 사진에는 현대차의 수소 하이브리드 콘셉트카('N 비전 74') 모형을 건네받으며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룰라 대통령은 "현대차가 2032년까지 1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며 "미래가 있는 안정적인 국가에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 2012년 준공한 140㎡ 규모 부지의 현지 공장에서 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 라인 교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인구 2억1,000명인 브라질은 국내총생산(GDP) 1조9,200억 달러(세계 11위)의 남미 최대 경제국이다.

특히 현대차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브라질은 노면이 고르지 않은 도로가 많아 차체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런데 SUV처럼 차 몸체가 키는 크면서도 덩치는 작은 현대차의 CUV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현지 전략 차종인 'HB20', '크레타' 등이 이에 해당한다. HB20, 크레타는 각각 엑센트, i20 차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바꾼 차종이다.



정부 탈탄소 정책에 보조... 룰라 "현대차, 브라질에 중요"


현대차가 친환경차로 현지 생산라인 교체에 나선 것은 브라질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질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탈(脫)탄소 부문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총 190억 헤알(약 5조1,000억 원) 규모의 감세, 보조금 혜택을 주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날 정 회장은 룰라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브라질 정부의 탈탄소 정책에 공감하며 "수소 및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이 이바지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과 룰라 대통령 면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기술 관련 대화도 오갔다. 정 회장은 룰라 대통령에게 현대차그룹이 AAM, AAM의 발전원으로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전(SMR)을 소개하면서 "AAM이 브라질 교통 환경에도 적합한 미래 교통수단이라고 확신한다"며 "SMR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친환경 수소 분야와 기술 등에 투자할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기업"이라며 브라질 정부의 세제 개혁,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