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의사파업 주역 "전공의 행동 성급... 경력에 치명적일 수 있다" 충고

입력
2024.02.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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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의사파업 주도'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
페북에 "전공의 집단사직 법적 위험성 크다"
"즉각 병원 복귀해 대안 갖고 정부와 대화를" 충고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한 의사파업의 주역이었던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가 전공의들을 향해 집단사직은 법적 위험성이 커서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권 교수는 의약분업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아 파업 최전선에 섰고 이후 의협 대변인도 지냈다. 2016년 연세대에서 의료법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법학자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더 낮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시기 바란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권 교수는 정부가 이날 오후 8시를 기해 보건의료재난 위기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공의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장래 의사 경력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며 "국내 의사 면허로 해외에 취업하려 해도 서류에 행정처분 기록이 남아 치명적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국내 법체계상 사직이 인정되더라도 의료법 저촉은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공의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에 국가의 보건 책무(36조 3항)를 명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 업무개시명령이 의사의 직업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위헌소송을 내더라도 이길 확률이 낮아보인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이나 민법상으로도 집단사직에 대한 행정처분이 유효할 수 있다고 짚었다. 권 교수는 "정상적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단순 사직보다는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직업윤리를 되새길 것도 당부했다. 그는 "의사로서 전문성에 대한 법적·사회적 처우는 면허를 받은 개인의 행동을 무한정 인정할 수 없다"며 "여러분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의협의 의사윤리 지침에도 있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기성 의사들에게 휘둘리지 말라며 독자적 판단도 주문했다.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을 부추기거나 격려했다면 그분들은 여러분을 앞세워 '대리싸움'을 시키는 비겁한 사람일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위를 주도했다가 교육부로부터 고발당해 벌금형을 받았으나 의협에서 받은 건 소송비용과 벌금을 내준 게 전부"와 같은 대목을 통해서다.

권 교수는 전공의들이 즉각 진료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의사로서 직업윤리,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분 행동은 성급했다"며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여러분의 몫이지만, 여러분의 피해가 우려되는 마지막 의사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또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길 바란다"는 반어법적 충고와 함께 정부와의 대화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이훈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