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벨평화상 수상자 "우크라이나 지지? 민주주의 국가라면 응당 그래야"

입력
2024.02.23 17:00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비극과 모순]
러 전쟁범죄 모아 온 시민자유센터
노벨상 수상 마트비추크 대표 인터뷰 
"푸틴 전쟁범죄 6만4000건 모았다"

편집자주

전쟁은 슬픔과 분노를 낳았다. 길어진 전쟁은 고민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 우크라이나와 이웃국가의 삶과 변화를 들여다봤다.


"우리는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를 6만4,000건 정도 모았습니다. 엄청난 숫자인 것 같지만 문제는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진행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시민자유센터(CCL)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독립광장은 옛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을 비롯해 주요 시위·집회가 열리는 곳으로,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상징한다. 인권변호사 마트비추크가 설립한 CCL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당시부터 러시아 전쟁 범죄를 본격 수집·조사해 왔고,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전개해 같은 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만행을 전 세계에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CCL은 푸틴 대통령의 점령 야욕과 전쟁 범죄를 주제로 한 공연도 만들었다. 푸틴 대통령 가면을 쓴 배우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빨간 물감을 칠하고, 어린아이 모습의 인형을 흙에 묻는 내용 등이 공연에 포함됐다. 그는 "러시아의 범죄는 2년 전부터가 아니라 10년 전부터"라고 지적했다.

마트비추크 대표와 만난 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 점령을 선언(19일)한 다음 날이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마트비추크 대표는 "우크라이나 영토 밖의 누군가는 '점령'을 그저 (전쟁에서) 하나의 깃발을 다른 깃발로 바꾸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며 "점령이란 납치, 고문, 강간, 신원 말소, 대량 학살, 강제 입양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인이 아니라고 해서 점령 소식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이날 광장에선 러시아군에 붙잡힌 포로의 귀환을 염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우방국의 지원 흐름이 더뎌진 것과 관련, 마트비추크 대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두 국가의 전쟁이 아니라 '권위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체제의 전쟁"이라며 "민주주의 국가라면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국가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는 만큼, 한쪽에서 자유가 파괴되면 금방 다른 쪽으로 전염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고, 북한은 포탄을 보내고, 이란은 무인기(드론)를 공급하는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더 끈끈해지는 상황에 민주주의 국가들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 전쟁을, 그리고 러시아의 광기를 멈추는 것은 국제사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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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