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이끈 박희재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의장(사외이사)이 스스로 물러났다. 후추위가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재계 5위 포스코그룹을 이끌 다음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함으로써 "할 일을 다했다"는 게 이유다.
박 의장은 이날 '사임의 변'을 통해 "지난해 12월 21일 CEO후보추천위원회 출범 후 올해 2월 8일 장인화 후보를 포스코홀딩스의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했다"며 "2월 21일 이사회를 거쳐 3월 21일 정기 주주총회에 차기 회장 후보 안건을 상정하는 모든 절차를 무사히 완료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장 전 사장의 사임 발표의 배경에 최종 후보 결정까지 후추위가 겪은 우여곡절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후추위는 지난해 12월 21일 첫 회의를 시작한 지 50일 만인 8일 장 전 사장을 포스코그룹 10대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
그사이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후추위를 공개 비판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서울 수서경찰서가 후추위를 구성한 박 의장 등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전원(7인)을 호화출장을 다녀온 혐의(업무상 배임)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후추위 위원장으로서 차기 회장 후보 선출 절차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며 "그동안 피로 누적 등으로 (박 의장이) 사외이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후추위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다음 CEO 선임 절차를 일정대로 진행, 최종 후보를 결정한 뒤 해산했다. 포스코그룹 다음 회장 선임은 3월 21일 주주총회에서 의결된다. 박 의장은 "그동안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과 후추위 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부족했던 부분들에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며 "포스코그룹이 한층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힘찬 도전을 이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남은 사외이사 중 후임 의장을 뽑는다. 다른 사외이사들의 줄사퇴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박 의장이 이사진에서 빠져도 정족수 등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을 포함한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로 그의 사임 이후에도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인 박 의장은 최정우 회장 재임 시기인 2019년 3월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로 선임돼 2022년 3월 재선임됐으며 내년 3월 임기 만료까지 1년 넘게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