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격화하자 홍익표 원내대표가 수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과는 담판을 벌여 공천과정의 투명성을 약속받았다. 탈당을 선언한 김영주 의원은 달래기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가 의원들의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강경모드를 고집하는 것과 달리 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22일 서울 모처에서 이 전 대표와 만나 1시간가량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홍 원내대표가 먼저 뵙자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2020년 당대표 시절 이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의원이 배석했다.
이날 자리는 최근 격화하고 있는 당내 공천 갈등의 해법을 구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4년 전 총선 당시 시스템 공천을 도입해 잡음을 최소화했고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는 이 대표 캠프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유력한 선거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김교흥 의원과 함께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찾아가 탈당을 만류했다. 김 부의장은 지난 19일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로 통보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4선 의원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 부의장이 민주당을 떠날 경우, 공천에 불만이 적지 않은 의원들이 연쇄적으로 동반 탈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전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공천의 불공정성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홍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공천의 책임자인 임 위원장을 만났다. 공천 결과에 재심사를 청구한 의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관위가 세부 평가내역을 공개하도록 확약을 받았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의총에서도 △재심 청구 시 점수 공개 △여론조사 진상조사 △문제가 된 여론조사 기관 제외 등을 최고위원회의에서 건의하겠다고 약속하며 비이재명(비명)계를 달랬다.
홍 원내대표는 그간 불거진 공천 갈등에 최대한 자중해왔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며 방향을 튼 것은 이 대표의 소극적 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누군가는 1등 하고 누군가는 꼴등 할 수밖에 없다"며 공천 탈락자들의 요구에 개의치 않았다. 이에 홍 원내대표가 직접 돌파구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그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하나가 돼도 모자랄 시점에 도리어 민주당이 국민께 실망을 드리고 있어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임 위원장이 약속한 공천 평가내역 공개로 분란이 잦아들지는 불투명하다. 당사자인 하위 평가 의원들을 재차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공관위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날 박용진 의원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면서 평가내역 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학생이 시험을 잘 봤든 안 봤든 자기 성적표 시험지는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절차상 하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격분했다. 김한정 의원도 재심 신청이 기각된 사실을 밝히며 "평가 결과에 대해 일절 알려주지 않는데 당사자가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