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소유 차량으로 특정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는 '지입(持入)계약'을 맺은 차주라 하더라도, 회사에 고정적으로 출근하며 회사에 종속된 상태에서 업무를 했다면 근로자로 보아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입차주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5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2년 6월부터 B사와 8톤 차량을 지입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지입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씨는 B사가 또 다른 C사로부터 위탁받은 문서 파쇄 및 운송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2017년 7월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자신이 'C사 소속 근로자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업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절했다.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2심은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급심은 "A씨가 위탁계약과 지입계약을 매개로 문서파쇄와 운송업무를 수행하면서 용역비를 지급받은 것일 뿐이라 근로자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는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특정 업무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관계였는지, 아니면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주 5일 근무·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면서 A씨의 필요에 따라 변경됐다는 점 △지정한 복장을 착장해 차량에 C사의 상호와 광고를 부착한 점 △C사 소속이란 명함을 받은 점 △직영기사가 있었지만 지입차주와 업무 내용에는 차이가 없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A씨가 지입차주로서 차량을 소유하며 유지·관리 비용도 일부 부담했지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