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10㎝ 이상 눈이 내린 서울에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 출근길 큰 혼잡이 발생했다. 70㎝ 가까운 폭설이 내린 강원 지역에서는 교통사고와 정전, 고립 등 사고가 잇따른데다, 최대 30㎝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지하철 2·5·7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5호선은 평소보다 25분씩 지연됐고, 2호선은 일부 지상 구간에서 신호장애로 20∼25분, 7호선은 상행선과 하행선이 각각 10분, 25분씩 운행이 늦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지상 구간 전차선에 쌓인 눈으로 전원공급에 이상이 생기면서 열차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는 출입문 고장으로 승객들이 전철에서 모두 내려 20분간 기다려야 했다. 내린 눈이 쌓이거나 얼어붙어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몰린데다 지하철까지 운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출근 전쟁이 벌어졌다. 눈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4시5분쯤 서울 금천구 독산동 주택가 경사로에서 눈에 미끄러지던 자신의 차량을 몸으로 막으려던 30대 남성이 차에 깔려 숨졌다. 인왕산길, 북악산길, 와룡공원길, 개운산길 등 4곳 일부 구간의 통행은 한때 통제됐다가 해제됐다.
설상가상으로 서울 서대문구 일부 지역에선 정전이 발생해 3,000여 세대가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16분쯤 서대문구 남가좌동ㆍ연희동 일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은 3분 만에 복구됐지만, 일부 아파트 단지는 복구가 30분 간 지연됐다. 당시 도로변 신호등에도 문제가 생겨 경찰이 통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67㎝의 눈이 내린 강원과 동해안에도 정전과 사고가 속출했다. 기상청 집계 결과 이날 오전 7시 기준 누적 적설량은 향로봉 67.7㎝를 비롯해 △강릉 성산 63.6㎝ △조침령 59.4㎝ △삽당령 56.7㎝ △양양 오색 50.6㎝ △속초 설악동 49.3㎝ △강릉 왕산 47.4㎝ 등이다.
강원소방본부는 전날(21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눈길 교통사고 24건이 발생해 3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10시 27분쯤 정선 고한읍 행정복지센터 인근에서 차량이 미끄러져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오전 3시쯤 삼척 도계읍에서는 소나무가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면서 전선을 끊어졌다. 이로 인해 2시간가량 정전이 발생,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장비 2,200여 대와 인력 2,600여 명, 제설제 1만 4,600여 톤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23일까지 강원 산지에 최대 30㎝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한 기상청은 “가시거리가 급격히 짧아지고,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으니 차량 운행 시 반드시 속도를 줄이고 보행자들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달라”고 당부했다.
항공기와 여객선 결항 피해도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6시 기준 국내선 항공기 67편과 44개 항로 여객선 60척이 결항됐다. 또 강원과 경북 도로 3곳이 통제됐고, 북한산과 설악산 등 국립공원 8곳 탐방로 238개에 대한 진입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