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푸틴이 김정은에 차 선물? 사실이면 안보리 결의 또 위반”

입력
2024.02.22 07:38
국무부 대변인, “고급차가 러시아산?” 빈정
‘미국 대북 제재망 구멍’ 질문엔 즉답 피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러시아산 고급 승용차를 선물했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미국 정부가 지적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한 푸틴 대통령의 차 선물과 관련한 질의에 “보도를 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러시아산 고급 승용차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김 위원장이 연장된 보증을 받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다소 떨어지는 러시아의 자동차 제조 역량을 꼬집으며 빈정댄 것이다.

그는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는 모든 회원국이 북한에 운송 수단이나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며 “이것(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스스로 지지했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또다시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8일 푸틴 대통령에게서 러시아산 승용차 선물을 받았다고 보도했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해당 차량이 ‘아우루스’라고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전용 승용차 아우루스를 소개했고, 김 위원장이 직접 차량 뒷좌석에 앉아 보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보도 직후 곧바로 북한으로의 고급 자동차 선물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대북 제재망과 관련한 문답도 오갔다. 러시아가 북한에서 받아 지난달 우크라이나 공격에 쓴 탄도미사일에 미국과 유럽 부품이 대거 포함됐다는 영국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의 조사 결과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고, 미국 측은 즉답을 피했다. 밀러 대변인은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불법 대량살상무기(WMD)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민감한 부품과 기술을 획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 통제, 제재, 법 집행 등 모든 관련 수단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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