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을 두고 “탄압이 이성을 상실한 수준”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의사들이 국민 생명권을 볼모로 잡고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정부가 의업을 포기하는 의사들을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악마로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가 매일 진행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 맞서 이날부터 반박성 브리핑을 갖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본격적으로 진료 거부에 들어간 전날 오후 10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가운데 95%가 소속된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71.2%에 이르는 8,816명이 사직서를 냈다. 그중 63.1%인 7,813명은 실제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무더기 사직서 제출에 대해 “집단행동이 아닌 자발적인 사직”이라고 항변했다. 또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의 권리는 국민의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의 발언을 겨냥해 “국민의 생명권은 당연히 소중하나 의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해괴한 명령들을 생산하며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복지부는 전날 상위 50개 병원에서 현장점검을 실시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6,112명 가운데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715명을 제외하고 5,397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또 수련병원에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과 ‘필수의료 유지명령’이, 의협에는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이 각각 발령된 상태다.
복지부가 “의협은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공법인이라 사익을 추구할 수 없다”며 의협에 투쟁기금 모금 활동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는 “정부 탄압이 이성을 상실한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병무청이 전공의들에게 보낸 국외여행 유의사항 공문도 문제 삼으면서 “정부가 전공의들을 강력 범죄자와 동일시한다”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무리한 법 적용이 가능한 사실상 독재국가였는지 몰랐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1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1,000명의 의사가 더 포기할 것이고, 그 수가 늘어나면 결국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의사 되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만약 조금이라도 국민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면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