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소재 회사 직원 A씨와 B씨는 “실업급여로 체불임금을 대체하자”는 사업주 제안을 받고 실제로는 재직 중인데도 서류를 꾸며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에 입사지원서 등을 내는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회사 경리직원이 인터넷으로 대신했다. 이렇게 챙긴 실업급여는 총 9개월에 걸쳐 3,200만 원에 달한다.
부산 사업장에서 일하는 C씨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거짓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해 3,500만 원을 받았다. 재미를 본 C씨는 자신이 회사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이용해 회사에 다니지 않는 배우자를 위장 고용했다. 이어 육아휴직확인서를 허위로 제출해 배우자 육아휴직급여 3,100만 원을 더 타냈다.
고용부가 21일 공개한 고용보험기금 부정수급 사례다. 고용부는 지난해 실업급여ㆍ육아휴직급여ㆍ특별고용촉진장려금 등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되는 급여를 부당하게 타낸 사례를 기획 조사해 218명을 적발하고 44억1,000만 원을 환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고용보험기금은 노동자와 경영자가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는 132명으로, 적발금액은 12억1,0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사업주와 근로자가 짜고 실업급여를 받은 사례들이 확인됐다. 가령 전북에 거주하는 D씨는 직업소개업체 대표인 모친과 공모해 16개월간 근무하고 실직한 것처럼 꾸며 실업급여 1,700만 원을 받았다.
육아휴직급여 부정수급자는 82명으로, 금액은 9억7,000만 원이다. 경북 소재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사촌동생을 위장 고용한 후 육아휴직확인서를 거짓으로 제출해 2,400만 원을 챙겼다. 심지어 이 사촌동생의 ‘대체인력’으로 친누나를 거짓 고용해 정부의 대체인력지원금 1,100만 원을 추가로 타냈다.
정부는 이번 기획조사를 포함해 특별점검, 상시점검 등으로 적발한 부정수급액이 지난해 526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고용보험제도는 우리 노동시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고용안전망”이라며 “불법으로 악용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인 만큼 기획조사와 특별점검 등으로 반드시 적발해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고용보험기금 적자 규모가 지난해 4조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실업급여 혜택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업급여 혜택 축소가 저임금ㆍ고령ㆍ청년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일부 부정수급 사례로 사회보장 제도를 개혁할 게 아니라, 불안정한 노동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