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으로선 지상 병력을 철수시킨 후에도 가자지구 장악력을 유지할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이미 장기전 채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당국 관계자를 인용,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가로로 횡단하는 길이 8㎞가량의 가자시티 남부 회랑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도로 폭을 늘리기 위해 주변의 가옥 등 구조물들을 파괴할 계획도 수립했다는 것이다.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WSJ에 제공한 최근 가자지구 위성사진에서도 이런 모습이 포착됐다고 한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 도로가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완료될 때까지 순찰 등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이 도로를 따라 신속하게 가자지구로 병력을 진입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WSJ는 "이스라엘군이 다음 전쟁 단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새 도로가 가자지구를 남과 북으로 쪼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쪽으로 내려간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이스라엘이 완전히 장악한 북부로 되돌아오는 것을 차단하는 용도로도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팔레스타인인의 출입이 금지되는 폭 1㎞가량의 완충지대를 건설 중인데, 비슷한 방식으로 도로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기 전까지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제이콥 나겔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도로가 가자지구 북부와 나머지 지역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지속 의지 역시 연일 재확인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지킴 군사기지를 방문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와 모든 인질의 석방, 그리고 가자지구가 더 이상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포함해 모든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어떤 압박도 (전쟁 의지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은 가자지구 국경을 변경하거나 영토를 분할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새 도로 건설은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조치다. 앞서 이스라엘은 전후에도 가자지구 치안과 안보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에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