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 알래스카항공이 승무원 유니폼을 바꾼 뒤 승무원 수백 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2016년에는 아메리칸항공 승무원들이 새 유니폼으로 교체한 뒤 수개월 동안 아팠다. 원인은 역시나 새 유니폼이었다. 미국 항공승무원협회는 유니폼의 화학섬유 옷감 샘플을 조사해 각종 화학 화합물 97개를 확인했다. 납, 비소, 코발트, 안티몬, 톨루엔, 그리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사용이 제한된 분산염료, 발암성 중금속 크로뮴까지. 유해한 옷이 승무원들의 유니폼뿐일까. 24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옷들은 정말 괜찮을까.
책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는 옷이라는 소비재의 민낯을 보여준다. 저자는 친환경 패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에코 컬트(Eco Cult)'의 설립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올든 위커. 윤리적이고 독성 없는 패션, 화장품, 생활용품을 연구하는 저자는 간과되는 옷의 위해성을 밝히기 위해 피해자를 수소문하고 과학자, 의사, 업계 전문가를 만나는가 하면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실험도 한다.
옷 한 벌엔 수십 가지의 산업용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호르몬을 교란하고 암과 불임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도 다수 포함된다. 천연 소재가 아닌 한 상당수 옷이 유해하다는 얘기다. 심각한 것은 소비자는 물론 기업도 유해한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옷의 라벨에 표기된 '면 50%' '폴레에스테르 50%' 등은 극히 일부 성분이다. 다림질이 필요 없는 바지에 함유된 포름알데히드나 염색된 셔츠에 든 아민 성분은 라벨에 없다. 그러나 오래 입다 보면 독성 성분을 방출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날리는 바지, 중금속을 함유한 아기 신발, 발암성 아조 염료가 든 포근한 스웨터, 프탈레이트로 범벅된 화려한 슬리퍼 등 손쉽게 살 수 있는 위험한 패션 제품이 차고 넘친다.
화장품이나 식품의 성분 목록을 살피듯 꼼꼼히 따져볼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일단 폴리염화비닐, 폴리에스테르, 폴리아미드, 폴리우레탄처럼 '폴리'로 시작하는 재료나 나일론, 아크릴 등은 무조건 피하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실크, 캐시미어, 리넨, 양모, 알파카 등은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채도가 높거나 지나치게 밝은 색의 옷을 피하고 새 옷을 사면 입기 전에 무향 세제로 세탁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