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무기한 연기된 중증 환자들 "정부와 의협이 이용하려 들어"

입력
2024.02.21 14:34
"수술 무기한 연기...치료 의지 좌절"
"'생명 중시 여기겠다' 다짐 어디에"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면서 중증 환자들의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증 환자가 많은 대형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이 무기한 연기되는 사태가 속출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21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보호자들과 중증 환자들의 불안 수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언제쯤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나 의료 행위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아토피중증연합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 한국췌장암환우회 등 중증 환자 5개 단체가 모인 곳이다.

안 이사는 중증 환자들이 제때 치료와 수술을 받지 못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의 모 병원에서 3차 수술이 예정된 중증 환자가 '무기한 연기' 통보를 받는 등 진료 지연은 현실로 다가왔다. 그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분명히 순번 안에 들어갔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처럼 미뤄진 상태"라며 "그것도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으로 치료가 미뤄지면 자신과 사회에 대한 원망이 가장 먼저 몸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건강검진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암이) 1기, 2기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3기 전이가 된 사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분들은 그 단어 자체가 무섭다"며 "그럼에도 병원에서도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치료 의지를 낸 건데 그런 부분들이 좌절되는 느낌을 받으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에 중증 환자 피해만 커진다는 지적도 했다. 안 이사는 "우리는 을(乙)의 입장"이라며 "정부와 의사협회에서는 환자들의 소리를 이용하려고 하지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어떤 소통의 창구가 제안된 적도 없었고, (환자들의) 대처와 관련해 통보나 공문조차 없었다"고 했다.

안 이사는 "의대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생명을 가장 중시 여기겠다'고 쓰지 않았느냐"며 "의협에서는 이 부분을 한 번 더 확인해주시고, 정부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국민의 생명 그리고 안전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