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임명에 차기 감독 인선 탄력...임시 감독? 정식 감독? 독일·일본 본받아야

입력
2024.02.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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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권력강화위 회의 소집, 대표팀 운영 계획 발표
축구계, 정식 감독보다 임시 감독 체제 힘 실어
권력강화위가 충분한 시간 두고 감독 인선해야
"독일·일본, 새 감독 아닌 협회 내 인물이 감독 대행"

대한축구협회가 정해성 신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하면서 차기 대표팀 감독 인선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후임으로 '임시' 혹은 '정식' 감독 체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예정인 가운데, 당장 3월 A매치를 앞둬 임시 감독 체제에 대한 대세론이 뜨겁다. 다만 K리그 감독 등이 아닌 축구협회 내부에서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축구협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정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을 선임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코치를 지냈던 정 신임 위원장은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축구 해설위원, 윤정환 강원FC 감독 등 10명을 전력강화위원으로 새롭게 임명했다. 정 위원장은 21일 1차 전력강화위 회의를 소집해 대표팀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이날 직접 차기 사령탑 인선 절차를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정 위원장이 선임되면서 차기 대표팀 감독 인선에 탄력이 붙게 됐다. 가장 급한 불은 차기 감독을 임시 체제로 가느냐, 아예 정식 감독을 임명하느냐를 결정하는 일이다. 축구계는 내달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21일, 26일)을 임시 사령탑에 맡기고, 차후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해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신중한 절차에 힘을 싣고 있다. 자칫 과거 축구협회가 저질렀던 과오가 반복될 수 있어서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가 경질한 뒤 '땜질'식으로 국내 감독을 선임해 수습하게 했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해임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임시 사령탑 선임이 대세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현재 K리그 감독 등을 차출하는 것에는 비판이 나온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 등이 임시 감독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가 현재 팀을 맡고 있기 때문에 차출이 쉽지 않을뿐더러 김학범, 김기동 감독은 올 시즌 팀의 새로운 수장이 돼 출항을 앞둔 터라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현재 대표팀은 선수단 갈등 봉합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K리그 감독이 짧은 기간 대표팀을 맡는다 해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일부에선 "독일과 일본 사례를 참고해 축구협회가 내부적으로 수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축구협회는 지난해 한지 플릭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면서 차기 감독을 곧바로 선임하기보다 감독 대행을 두는 선택을 했다. 프랑스와 평가전을 앞두고 당시 루디 푈러 대표팀 단장이 임시 감독이 돼 경기를 치렀고, 차후에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일본도 대표팀 감독 선임에 신중하다. 일본축구협회는 지난 2010년 대표팀 감독 선발이 원활하지 않자 당시 하라 히로미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임시 감독 자리에 앉히고, 국내외로 감독을 찾아다녔다. 심사숙고 끝에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을 선임해 2011 아시안컵 우승을 일궈냈다. 2018년에는 모리야스 하지메 현 대표팀 감독을 임명하기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었던 니시노 아키라를 임시 감독으로 투입했다. A매치 평가전 부담을 덜어준 일본축구협회는 당시 일본 23세 이하(U-23) 대표팀 수장이었던 모리야스 감독을 정식으로 임명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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