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공의 강력 경고..."국민 생명 볼모로 집단행동 안 돼"

입력
2024.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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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책무" "국민 생명 지켜야" 강한 의지
2000명 증원 "최소한 수치"...조정 및 타협 불가 시사
대통령 직속 저출생위 부위원장, 부총리급으로 격상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간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전공의들은 전날 무더기 사직서를 낸 데 이어 이날부터는 서울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대형병원에서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간 2,000명 규모의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 의료 정상화 등 정부의 의료 개혁 방침에 대해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로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고 밝혔다.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도 "의료개혁은 절대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정부부처의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생중계로 전달됐다. 통상 오전 10시에 진행됐던 국무회의 시간도 오후 2시로 변경됐다. 오전보다는 오후에 국민들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지난해 10월 19일 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계속 주판알 두드리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며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윤 대통령이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직접 대국민 메시지와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계획 발표 후 의료계 반발에 결국 포기해야 했던 전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총파업 맞대응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의료개혁이 시급한데도 역대 어떤 정부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30년 가까이 지났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에게도 "전임 정부처럼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각종 의혹과 우려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박했다. 우선 의료계와 야권 일각에서 '매년 2,000명 증원'은 근거가 없는 허황된 수치라는 지적에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반박했다. 인원을 둔 조정과 타협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서울대 의대 정원은 현재 한 학년 135명이지만 40년 전인 1983년엔 무려 260명이었다"며 "정원이 더 많았던 그때 교육받은 의사들 역량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는 적극적 동참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의료 역량은 세계 최고이지만 환자와 국민이 지역에서 마주하는 의료서비스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럽고 어떻게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다"며 "의료인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개혁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보상과 사법리스크 경감 등 정부 지원책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장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강력한 정책 추진 권한을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위 부위원장을 비상근직에서 상근직으로 바꾸고 직급과 예우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한 각오를 갖고 저출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달라"고 주 부위원장에게 주문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