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로 드러난 주중 한국대사관의 기강해이

입력
2024.02.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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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로 국내에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2021년 당시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정부의 관련 공고를 확인하고도 부처에 보고하지 않고, 현지 진출 기업의 민원을 받고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와의 밀접한 경제 연관성은 물론 미국과의 전략 경쟁 와중에 수출규제 조치를 서슴지 않는 중국의 행태를 빈번히 보는 상황에서 재외공관의 기강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발표된 재외공관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호주정부와 코로나 검역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중국정부는 요소 부족 사태를 빚자 2021년 10월 13일 요소 등 수출입 물품 필수검사 대상 상품목록 조정에 관한 내용을 정부 홈페이지에 올리고, 이틀 뒤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관세관은 10월 13일 관련 공고를 확인하고도 외교부나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등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의 요소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이해가 없던 탓이다. 정작 요소 수출규제 문제는 상하이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국내 비료나 디젤 차량용 요소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민원을 주상하이 총영사관에 접수한 뒤 산업자원부 등에 보고됐다고 한다.

재외공관의 주 기능 중 하나는 주재국 정부, 업체와의 접촉을 통해 우리의 안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보를 수집하고 본국에 보고하는 일이다. 더욱이 1만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요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그 파장을 알지 못해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면 정보 파악의 적극성은 물론 전문성도 부족했다는 의미다. 본국에 알리는 일종의 보고서인 전문 발송도 현지 언론보도나 정부 보고서를 번역하는 수준이 60~70%를 차지하고, 주재국 주요 인사 접촉, 진출기업의 민원처리 등의 적극적 업무 사례는 3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의 무한경쟁 시대에 정보 수집의 최일선에 있는 재외공관 직원의 역량은 한층 제고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