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시한' 6년 남았는데… 미국 대선, 기후 의제는 어디로

입력
2024.02.20 17:10
'세계 2위 탄소배출' 미국 행보에 환경계 촉각
트럼프, '재생에너지·전기차에 혜택' IRA 비판 
바이든도 중도층 의식… 화석연료 퇴출 못 해
"청정 산업 공고… 트럼프 못 건드릴 것" 낙관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지구 환경 측면에서 각별히 중요하다. 미국은 세계 2위 탄소배출국인 데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속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차기 대통령 임기(2025년 1월~2029년 1월)는 ‘기후 위기 대응 데드라인’ 인 2030년까지 남은 시간 중 4년을 차지한다. 재격돌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후 정책에 환경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트럼프, 재집권 시 '바이든표 기후 정책' 전면 개편?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관심의 초점은 단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다. ‘기후 위기 부정론자’인 그는 이미 수차례 역행을 예고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대응 산업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소법(IRA)’이 주요 타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에 세제 혜택을 주는 IRA가 미국 화석연료 산업 경쟁력을 낮추고 중국 전기차 산업을 돕는다고 비판해 왔다. 미국 화석연료 이익단체인 미국에너지연맹(AEA)의 토머스 파일 회장은 NYT에 “IRA의 상당 부분이 공화당의 ‘표적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를 어떻게 뜯어고치느냐다. 일단 절차적으로는 큰 걸림돌이 없다. 지원 조항을 없애는 건 법률 개정이 필요해 의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행정명령으로 지원 기준을 사실상 달성 불가능할 정도로 엄격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프랭크 팰런 하원 에너지·상무위원장은 “민주당이 대권과 양원(상·하원) 모두 장악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이 도마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만큼 대대적 개편은 불가능하리라는 전망도 많다. 청정 산업이 이미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은 탓이다. 특히 미국 환경단체 ‘E2’ 분석에 따르면, 2022년 IRA의 의회 통과 이후 신규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과 새 일자리의 67%가 공화당 텃밭인 주(州)에 생겼다. 청정 산업을 손절했다가는 공화당 주지사 및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싱크탱크 콘퍼런스보드의 로리 머레이 경제개발위원장은 “(트럼프 당선 시) 기업가들은 정책이 바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핵심은 얼마나 달라지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석연료 퇴출 않고 재생에너지 확장만 부각"

그렇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기후 대응에 큰 추동력이 생길 것 같진 않다. 그 역시 ‘화석연료 퇴출’이라는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17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 선거 전략가들이 “중도층을 고려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말고, 청정 에너지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만을 부각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2022년 유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전 세계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9년 배출량의 43%만큼 감축해야 한다”고 발표했는데, 과학자들은 화석연료 퇴출 없이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강도 높은 기후 대응책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격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환경단체들은 바이든 캠프에 치명상을 입히지 않고 기후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며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리는 바이든 정부의 행보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좌절감이 만연해 있다”고 짚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