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 불기소... "진상 파악 어려워"

입력
2024.02.20 16:29
"대검 감찰 자료 확보 실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고검장)의 공소장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진상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수사를 종결했다. 유출자를 찾아달라는 시민단체 고발장이 접수된 지 2년 9개월 만이다.

공수처 수사1부(부장 김선규)는 이 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고발된 성명불상자를 20일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다각적인 수사를 진행했다"면서도 "최근 대검찰청 감찰 자료 확보를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되는 등 현실적으로 더 이상 진상 파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수원지검은 2021년 5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관련 수사에 이 고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기소 이튿날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대검 감찰부는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즉시 진상조사에 나섰다. 공수처 역시 같은 달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받고, 출범 후 '3호 사건'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2021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대검 정보통신과 내 서버를 압수수색했고,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검사들의 메신저 내역 등을 확보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압수수색에 반발해 준항고(수사기관의 처분에 대해 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제도)와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준항고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고, 압수수색 영장 공개를 요청한 소송은 항소심 중이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대검 감찰부에도 진상조사 내용 공개를 요구했고, "감찰 진행 과정에서 확인된 유출 의심자 22명 가운데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없었다"는 회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공수처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고검장은 지난달 '수사 외압'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된 상태다. 이 고검장은 법무부에 사표를 낸 뒤 4월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될 정도"라고 발언하는 등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되며 아직 검찰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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