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전체 인원의 절반 수준인 6,41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직서 제출자 4명 중 1명은 실제로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진료 중단 시점으로 공언한 20일 이후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전공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면서 환자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대전협이 집단 사직 시한으로 예고한 전날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6,415명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소속 전공의 중 약 55%다. 전국 수련병원 221개 가운데 주요 100개 병원에는 전공의 95%가 근무하고 있다.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에 따라 아직 사직서를 수리한 병원은 없다.
사직서 제출자 중 25%인 1,630명은 의료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공의가 많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미근무자가 집중됐다.
복지부가 10개 병원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19일 오후 10시까지 해당 병원에서만 1,091명이 사직서를 냈고 그중 757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7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나머지 29명은 지난 16일 복지부 현장 점검 당시 근무지 이탈로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19일 또다시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16, 19일 두 차례 현장 점검에서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전공의는 총 831명이다.
환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19일 오후 6시 기준 34건이다.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예약한 자녀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에 휴직까지 했으나 전공의 진료 거부로 입원이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복지부는 비상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의 수술 등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인상하고, 경증 환자 전원에 따른 회송 수가를 올려 대형 병원 응급실 진료 부담을 완화한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는 추가 보상도 제공할 계획이다.
권역외상센터 인력과 시설, 장비를 응급실 비외상 진료에도 활용하도록 하고, 입원전담 전문의가 다른 병동 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업무 범위도 확대한다. 또한 집단 사직에 동참하지 않은 인턴이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하는 도중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투입될 경우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대병 병원의 중증, 응급 진료 기능 유지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비상진료 체계를 정비해 중증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증 수술 연기 등 피해 발생 시 필요한 법률서비스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적 대응을 모색하는 의사 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정부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셔야 한다"고 꼬집으며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