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기권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는 2017년에 태어난 원생 7명을 위한 졸업식이 열렸다. 이 유치원의 유일한 교원인 A(27)교사는 곧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들의 의젓해진 모습이 뿌듯했지만, 마음 한 편에선 막막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A교사가 가르치던 아이들은 총 8명. 새로 2020년생(만3세)이 들어오긴 하겠지만, 당장 2017년생이 떠나면서 이 유치원에 남은 아이는 단 한 명이다.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는 2021년 A교사가 임용시험을 합격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학급 감축이나 휴·폐원 등으로 교사 자리가 줄면서, A교사는 1년이나 유치원에 배치되지 못하고 대기 상태로 머물어야 했다. 가까스로 지금 유치원에 자리는 잡았지만, 2명이었던 교사 정원이 1년 만에 줄면서 A교사 혼자 유치원에 남았다.
"올해는 저 혼자 아파트에 전단지를 돌리면서 신입생 5명을 간신히 데려왔지만, 내년에는 어떡할지 암담해요." 다른 고난은 어떻게라도 해결할 방도가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이미 해당 년도에 태어난 아이 수가 확정된 상황이라 A교사가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풀 수 없는 문제다. 인구절벽의 시작이라고 하는 2017년엔 전국에서 35만7,771명이 태어났지만, 올해 처음 유치원에 들어가는 2020년생은 27만2,337명뿐이다. 내년에 유치원에 가는 2021년생은 이보다도 더 줄어든 26만562명이다.
이렇게 유치원에선 초등학교보다 먼저 인구절벽 효과가 시작됐다. 당장 유아교사 채용이 급감했다. 2024학년도 전국 유치원 교사 신규 임용시험 선발인원은 총 304명. 지난해(422명)보다 28% 급감했다. 전국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합계출산율 최저) 서울은 아예 공립유치원 신규 교사를 단 한 명도 뽑지 않는다. 대전(1명), 광주(3명), 대구(4명), 울산(7명) 등 광역시도 선발 인원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재직 중인 교사들도 난감하다. 이달 초 학급 감축 통보를 받았다는 B(35)교사는 "반별 인원과 예산 등이 개학을 한 달도 안 남긴 상태에서 갑자기 바뀌어 학부모에게 설명하기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10년째 일하는 C(35)교사는 학생이 줄면서 지난해 원치 않는 전보를 가야 됐다. 그는 "작년에 서울에서만 약 40학급이 줄어들어 교사들 사이에 칼바람이 불었다"고 전했다.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아이들이다. 전북에서 3세 자녀를 키우는 진모(35)씨는 "아이를 보내려 했던 유치원이 폐원해, 결국 20분이나 더 떨어진 어린이집에 가게 됐는데 거기도 아이가 3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전국에서 문을 닫은 유치원만 121곳. 이들 유치원에 다니던 원생들은 다른 곳을 찾아 새롭게 적응해야만 했다.
미래는 더 어둡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28년까지 1만 개 넘는 유치원· 어린이집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대로라면 2028년 전국 어린이집·유치원은 2만7,069개로 2022년(3만9,485곳)보다 31.8% 감소할 것"이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 수요·공급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데이터를 갖추고, 거주지역에 최소한의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