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졸업식 축사 도중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한 졸업생을 강제 퇴장시킨 경호 조치는 "과도한 대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졸업생들은 대통령 경호처장과 직원을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카이스트 대학원생인권센터와 재학생 및 교직원 4,456명은 20일 성명에서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발생한 과잉 대응과 폭력적 행위를 규탄하며 대통령실에 이번 사태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석사과정 졸업생인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은 16일 열린 졸업식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해달라고 외치다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막혀 강제 퇴장당했다.
학생들은 이어 "카이스트의 모든 구성원들은 국제법과 헌법상의 기본권은 물론이고 '카이스트 대학원생권리장전' 제11조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 학내 및 사회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지닌다"며 "이번 과잉대응 사건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대한민국 이공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많은 연구자에게 큰 실망감과 무력감을 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제50대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제51대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양대 총학생회는 이번 학위수여식 학생 퇴장 조치가 과도한 대응이라고 판단했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양대 총학생회는 "당사자 학우분의 행동이 학위수여식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고 다른 학우분들께 피해를 끼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학위수여식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게 팔다리가 들린 채로 입을 틀어막히며 밖으로 끌려 나가는 장면을 본 학생들은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에 사건 경위 설명과 재발 방지책도 요구했다. 이들은 "학위수여식이라는 엄숙하고 진중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면서 "매우 중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로부터 사건 경위 및 학교 차원의 대응에 대해 신속히 안내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고 짓밟힌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수호하기 위해 직접 발언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동문들은 이날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을 대통령경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2004년 카이스트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혜민 더불어민주당 광명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카이스트 동문들이 힘을 모아 대통령 경호처를 대통령경호법 위반(직권남용), 폭행죄, 감금죄 등으로 고발하려고 한다"며 "30명 가까운 분들이 고발인으로 참가해주셨다. 개인적으로 감동받았던 것은 재학 중인 20대 초반 학생들이 많이 참가했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