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때만 찾는 PA간호사, 비대면 진료… 이참에 전향적으로

입력
2024.02.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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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로 오늘부터 진료 공백이 예고되면서 정부가 어제 비상진료대책을 내놓았다. 공공병원 진료시간을 대폭 확대하고, 비대면 진료를 환자 제한 없이 전면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사태 장기화 시 법 사각지대에 있는 진료보조(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민 생명과 안전이 달려 있는 만큼 정부가 가능한 모든 카드를 동원해 만전의 대비를 하는 건 마땅하다.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맞을 것”(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전 의협 회장)는 오만함에 또 굴복한다면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평시에는 외면하다 급할 때면 꺼내 드는 정부 정책의 이중성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PA 간호사 양성화다. 흉부외과, 외과 등 소위 ‘기피 진료과’에서는 봉합∙절개 등을 하는 PA 간호사 없이는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이지만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간호사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간호법 제정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당시 정부는 “연말까지 PA 간호사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래 놓고 위기 상황이 되니 PA 간호사에게 구애를 한다.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에도 정부 요청으로 투입된 간호사들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까지 당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이날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에 대한 보호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선을 그은 건 당연하다.

비대면 진료나 공공병원도 위기 시에만 동원되는 단골 메뉴다. 정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대면 진료의 덕을 톡톡히 보고도 지금은 의사 반대에 밀려 제한적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2년 넘는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으로 환자 이탈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공공병원에 대해서도 찔끔 손실보상을 한 게 전부였다.

PA 간호사 관리체계 구축, 공공병원 육성,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은 평시에 전향적으로 추진했어야 하는 일들이다. 태풍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등을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