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중국서 결국 발 빼나... 외국기업 투자 증가율 '30년 만에 최저'

입력
2024.02.20 04:30
'강제 노동' 연루 의혹에 중국 철수 가능성
외국인 중국 직접 투자 전년비 81% 급감

유럽 최대 자동차 생산 업체 폭스바겐 등 독일 기업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유럽의 중국 공급망 이용 축소 기류가 거세지는 마당에 소수 민족의 '강제 노동'에 관여했다는 의심까지 받게 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 증가율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이 신장 지역 내 중국과의 합작 회사의 미래를 재평가하고 있다"며 "합작 회사의 향후 사업과 관련해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상하이자동차(SAIC)와 합작 투자해 2013년부터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공장을 운영해 왔다. 이후 우루무치 공장은 폭스바겐의 주요 생산 거점으로 성장했지만 10여 년 만에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폭스바겐의 강제 노동 연루 의혹에서 비롯됐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당초 미국 수출이 예정됐던 폭스바겐의 포르쉐·벤틀리·아우디 차량 수천 대가 세관에 압류됐다. 미국은 2021년 '위구르족 강제 노동 금지법'을 도입해 신장산 제품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들 차량에서 신장 생산으로 추정되는 중국산 부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독일 거대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는 지난 9일 이미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의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중국과의 합작사가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감시 활동에 관여했다는 독일 언론의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물론 중국은 강제 노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17일 기자 회견에서 "이른바 '강제 노동' 주장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오히려 신장 지역의 경제 개발 정책은 일자리를 늘리며 위구르족들의 삶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방 기업의 중국 투자 축소는 이미 대세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9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의 전날 발표를 인용, 지난해 외국 기업들의 중국 직접 투자액(FDI)은 330억 달러(약 44조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에 비해 81.6% 급감한 수치이자, 1993년 275억 달러(약 36조6,000억 원)를 기록한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을 나타낸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과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에 따른 외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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