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태국 전 총리, '황제 수감' 6개월 만에 가석방

입력
2024.02.18 20:37
VIP 병실서 수감… 하루도 감옥서 안 보내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했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귀국해 수감된 지 6개월 만에 가석방됐다. 측근 집권에 맞춰 귀국한 그는 호화 병실에서 수감 생활을 하며 '황제 수감' 논란을 일으켰는데, 결국 교도소에서 하루도 보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됐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탁신 전 태국 총리가 6개월의 수감 끝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탁신은 지난해 8월, 국왕이 8년에서 1년으로 감형해준 형량 중에서도 하룻밤조차 감옥에서 보내지 않고 가석방됐다"며 "그의 가족이 속한 정당이 정권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탁신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은 군부 세력과 결탁해 정권을 잡은 프아타이당의 현 대표다.

앞서 태국 법무부는 탁신이 가석방 대상자 930명에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3일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타위 섯성 법무부 장관은 "(만 74세인) 탁신 전 총리는 건강 상태가 심각하거나 70세 이상인 경우에 속해 가석방 대상"이라며 "수감 6개월이 되면 자동으로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탁신 전 총리는 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년간 태국 정계가 탁신파와 반(反)탁신파로 나뉘었고, 여동생 잉락 친나왓도 그의 후광에 힘입어 2011년 총리로 선출되었을 만큼 영향력이 컸다. 탁신은 2001년 태국 총리직에 오른 후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고, 2008년 부패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다.

탁신은 지난해 8월 망명 생활 15년여 만에 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귀국 직후 8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수감 첫날부터 고혈압을 이유로 병원 VIP 병실에서 지냈고 형량도 1년으로 감형되는 등 특별 대우 논란을 빚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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