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모신 기후환경 인재들 "탄소중립 말만 말고 실천할 정치인 나서야"

입력
2024.02.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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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인터뷰>
與 정혜림 SK경영경제연 리서치펠로우 
"무탄소전환 목표 협치 분위기 조성 중요" 
野 박지혜 기후환경 전문변호사 
"기업 역할 독려할 사회적 요구 모아야"

정치권에 4월 총선 준비의 시동이 걸린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은 기후·환경 전문변호사인 박지혜(46)씨를 1호 인재로 영입했다. 일주일쯤 지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2차 영입을 통해 기후환경 분야 인재인 정혜림(32) 전 SK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를 공개했다. 국민의힘이 기후 분야 인재를 영입한 최초 사례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기후 분야 인재를 영입한 것은 정치권에서 기후의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부상했다는 신호다. 그동안 '장기 과제'로 취급되며 뒷전으로 밀렸지만, 이제는 기후위기를 막을 골든타임으로 꼽히는 2030년이 코앞에 다가온 데다 글로벌 탄소무역장벽 강화에 따른 산업 적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 영입인재들은 지난 8일 함께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22대 국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의 임기는 2028년 5월까지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핵심목표인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본격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시기다. 국회의 결정 하나하나에 따라 탄소감축 속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 변호사는 “21대 국회가 탄소중립을 위한 큰 목표를 세우는 단계였다면, 다음 국회는 세부 과제를 이행할 일꾼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 인재 영입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정 전 펠로우 역시 “목표 이행에 속도를 내려면 여당에서 기후어젠다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내가 전문성을 살려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속 정당도 세대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정치에 이르기까지의 배경은 사뭇 비슷하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정씨는 환경공학과 녹색경영정책을 전공한 뒤 SK경영경제연구소에서 녹색산업전략을 연구했다. “산업 전환을 통한 탄소감축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해 택한 길이다.

박 변호사 역시 학창 시절부터 갖고 있던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이어 SK텔레콤에서 사회책임(CSR) 및 환경경영을 담당했다. “사회의 여러 주체 중 기업이 하는 역할이 바뀌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기업이 이윤을 넘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면 더 뾰족한 사회적 요구가 있어야 된다는 것을 깨닫고 로스쿨에 진학해 환경전문 변호사가 됐다. 그가 변호를 맡은 2018년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승인 처분 취소 소송’은 국내 기후변화소송의 첫 사례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탄소중립에서 산업 부문의 전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각론은 다르다. 박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은 산업 부문의 탄소감축 과제를 낮추고 실질적인 감축목표도 임기 이후인 2027년 후반으로 미뤘다”며 “탄소감축을 뒤로 미뤄도 된다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전 펠로우는 “기본계획은 기업이 이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감축목표를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시점을 유예하는 대신 기업들이 그때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환을 지원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국회에 입성할 경우 ‘탈석탄 정책 2.0’ 추진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전력발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실제로 어떤 방법으로 줄여나갈 것인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펠로우는 기후어젠다에 대한 협치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 문제는 목표가 정해져 있음에도 정쟁화돼 오히려 젊은 세대의 피로감을 자극해왔다”며 “유일한 정답이 없는 만큼 무탄소 전환을 늘린다는 큰 목표하에 여러 정당이 뜻을 같이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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