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 5대 금융에서만 벌써 1조 휴지조각

입력
2024.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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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액 20조 원
대출채권 외 평가 수익률 -10.5%

국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농협)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 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그룹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원금은 20조3,868억 원에 달한다.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 별개로 금융그룹이 자체적으로 집행한 투자를 취합한 규모다.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한 수익증권과 펀드 등에 대한 투자는 512건으로, 총 10조4,446억 원이 투입됐다. 대출 채권 외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8,039억 원(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2조7,797억 원(133건), 하나금융 2조6,161억 원(157건), 농협금융 1조8,144억 원(55건), 우리금융 4,305억 원(41건) 순이었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9조3,444억 원으로 원금 대비 1조1,002억 원이 증발(-10.53%)한 상태다. 투자 원금 대비 평가 수익률은 하나(-12.22%), KB(-11.07%), 농협(-10.73%), 신한(-7.9%), 우리(-4.95%)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누적 배당금 등을 반영한 그룹 내부 수익률(IRR) 기준으로도 산출 가능한 투자 514건 중 약 10%(51건)가 손실(-)이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손실 우려는 계속 증폭되고 있다. 이들 그룹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절반 이상인 55.9%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도 16일 보고서에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영향이 올해 대형 금융지주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높은 선순위 비중과 선제적 손상차손 인식으로 해외 은행에 비하면 손실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도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개시하는 등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모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5일 “해외 부동산 펀드는 만기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분산돼 있고, 일부 공모펀드에 개인도 있지만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많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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