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이 지지부진하다. 국민의힘보다 두 달 먼저 스타트를 끊었는데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천 문제로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평가에서 하위 20%로 분류된 현역의원을 상대로 통보에 미적대면서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비이재명(비명)계 일부 의원들을 배제한 불공정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후보 결정이 늦어질수록 본선 경쟁에서 뒤처지는 만큼, 이번 주 지도부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3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18일까지 공천을 확정한 후보는 51명에 그쳤다. 경선 지역까지 포함해도 87곳(34.4%)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 확정 89명, 경선을 포함한 지역구는 133곳(52.6%)에 달한다. 지난해 11월부터 검증위원회를 꾸려 총선 준비에 나선 민주당이 지난달 공천관리위원회를 가동한 국민의힘에 비해 한참 더딘 것이다.
민주당 우세 지역일수록 '느림보' 공천이 뚜렷하다. 전남과 세종은 공천 대상자가 전무하다. 이어 △전북(10%·1곳) △서울(18.4%·9곳) △경기(18.6%11곳) △인천(23.1%·3곳) 순으로 비율이 낮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린다.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천 경쟁의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사이 친문재인(친문)계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잦아들지 않아 민주당은 오도 가도 못하는 형국이다. 경선을 거치지 않는 전략 지역구로 분류된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임 전 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성동의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아픔을 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출마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특히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노웅래(4선·서울 마포갑) 송갑석(재선·광주서갑) 등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에서 이들을 제외한 인사들로 경쟁력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 의원 지역구에서도 유사한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하위 20% 현역들에 대한 통보도 이의제기와 경선을 위한 안심번호 추출 기간(약 2주)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주에 끝내야 한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그간 ‘2월 초’ ‘설 연휴 이후’ ‘선거구 획정 시기’ 등을 거론하며 통보 시기를 계속 미뤄왔다.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될 경우 집단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지역을 상대로 이재명 대표가 직접 후보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보인다. 친명계 내부에서조차 "이 대표가 불필요하게 일을 키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불출마를 권유받은 문학진 전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당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찐명'인 사람들은 집어넣고 아닌 사람을 뺀 여론조사 6건을 확인했다"며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당에 요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