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내심·'라스트 마일' 불안… 한은, 2월도 금리 동결 무게

입력
2024.02.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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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통위 9연속 금리 동결 전망
물가 안심 아직... 美 인하도 늦어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은 기준금리 9연속 동결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수준(2%)을 상회하고 있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도 늦춰지고 있어서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2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현재 3.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13일 취임한 황건일 신임 금통위원도 이번 회의부터 합류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4·5·7·8·10·11월과 지난달까지 여덟 차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 역시 지난해 7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5.25~5.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내수 부진, 금융 불안 등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는데도 동결 예상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건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6개월 만에 2%대에 복귀했지만, 신선식품지수가 14.4%나 뛰면서 물가 불안을 여실히 드러냈다. 원자재와 공공요금 인상 파급효과,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향방도 안심할 수 없다. 이에 한은에서도 물가 안정을 향한 ‘라스트 마일(last mile·도착지까지 남은 최종 구간)’ 반등 위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가 앞으로 1년 이상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한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4조9,000억 원 증가하며 11월 연속 우상향했고, 역대 1월 상승폭 중 두 번째를 기록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시행과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등이 맞물려 주택 매매 가격과 대출 증가 압력에 대한 우려는 계속 증폭되는 상황이다.

물가 쇼크로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5~6월까지 밀린 점 역시 새로운 변수다. 그간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해온 반면, 연준은 아직 이르다는 시각차가 상존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워왔다. 하지만 시장 기대보다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 기정 사실로 인식되면서 연준이 보다 인내심을 갖고 정책 변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한은 역시 서둘러 기준금리를 낮추는 대신 일단 미국 등 주요국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사견을 전제로 “6개월 이상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달 금통위는 경제와 물가 전망도 새로 내놓는다.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선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2.1%, 2.6%로 제시됐다. 시장은 아직 연초임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소폭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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