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올해 역대 가장 이른 3월 22일부터 상춘객을 맞는다. 지구온난화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다른 봄꽃축제들도 서둘러 행사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18일 경남 창원시에 따르면 제62회 진해군항제는 오는 3월 2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4월 1일까지 열린다. 1963년 제1회 군항제가 4월 5일 개막한 것과 비교하면 2주나 빠르다. 충무공 추모제로 출발한 군항제는 벚꽃이 대표적인 볼거리로 자리매김하면서 개화시기에 맞춰 개막일을 조금씩 앞당겨 왔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4월 1일, 2019년에는 3월 31일, 지난해에는 3월 24일 개막했다. 박성훈 이충무공선양 군항제위원회 사무국장은 “벚꽃이 일주일 이상 빨리 필 것으로 예상돼 행사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산림청 등은 올해 벚꽃이 평년 대비 최대 일주일가량 일찍 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3월 20일로 가장 빠르고, 전주 3월 22일, 서울과 울산·부산이 3월 24일, 여수와 포항 3월 25일, 광주와 대전 3월 27일, 목포가 3월 28일, 강릉 3월 30일 순이다.
다른 봄꽃들도 마찬가지다. 기상청 계절관측 자료를 보면, 올해 매화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부산이 12일, 대구가 27일 빠르다. 제주에선 이미 한 달 일찍 한 그루에 80% 이상 꽃이 핀 ‘만개’ 상태다. 이에 경남 양산 원동매화축제는 지난해보다 이틀 빠른 3월 9일부터 열기로 했고, 전남 구례 화엄사도 매화 사진 콘테스트를 이달 25일로 2주 앞당겼다. 진달래, 유채 등도 꽃망울을 일찍 터트릴 것으로 예상돼 각 시군마다 축제 일정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화 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워 아예 축제명에 꽃 이름을 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서울 대표 벚꽃길이 있는 석촌호수를 낀 서울 송파구는 지난해 벚꽃이 일찍 진 탓에 호수벚꽃축제를 ‘호수의 봄축제’로 변경해 진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기상청은 지금과 같은 봄철 고온 현상이 계속될 경우 2060년엔 2월에 벚꽃이 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이미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모든 국민이 위험성을 인지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