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을 패퇴시킨 뒤 성과를 자랑하고 최대 정적 의문사에 제기된 책임론을 일축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세가 갈수록 거침없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은 무기력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자국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중요한 승리와 성과에 대해 우리 군 및 전사들에게 축하를 전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이 국영 매체를 통해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이날 새벽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안보 분야 국제회의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철수는 포위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몇 ㎞ 후퇴가 러시아의 점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 통제 지역과 가까운 아우디이우카에서는 2년 전 개전 초기부터 교전이 잦았다. 최근 러시아가 이 지역을 3개 방면에서 에워싸면서 격전이 벌어졌고, 러시아 수중에 들어갔다. 아우디이우카는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 요충지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크렘린궁에 군사 작전상 의미보다 정치적 승리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점령 선언은 기싸움 성격이 크다. 러시아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2년을 앞두고 사기 진작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MSC에서는 러시아의 침공전에 대한 서방 국가 정상과 외교 대표들의 규탄 목소리가 높았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연찮은 죽음과 이를 다루는 러시아의 태도 역시 갈등 요인이다.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온 나발니는 극단주의 활동 등 혐의로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고 2021년 1월부터 복역하다 16일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살해 배후 아니냐는 책임론이 서방에서 제기됐고, 러시아는 터무니없다며 반격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완전히 광기”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러시아가 태연한 것은 서방에 마땅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돕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아우디이우카 철수가 지원을 망설이는 자국 의회 탓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은 야당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표류 중이고,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의 군사·경제 지원은 생산량 한계 탓에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장기 대책이다. 푸틴 대통령을 옥죌 대(對)러시아 제재는 2년간 대부분 소진했다. 서방 국가가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비난뿐인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