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탈당 세력이 결합한 개혁신당이 합당 1주일 만에 집안싸움에 빠졌다. 이낙연 공동대표 측 김종민 최고위원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홍보 주도권과 정의당 출신 인사의 입당·공천을 둘러싼 이견과 관련해 이준석 공동대표가 통합 정신을 깨고 있다고 비판하자, 이준석 대표 측 김용남 정책위의장이 간담회 도중 당 공보본부 명의의 반박문을 내 맞대응하면서 양측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당에선 늘 세력 간 이견이 존재하고, 그걸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구성원 간 정체성이 비슷한 기존 정당에서도 그럴진대, 상이한 정체성을 가진 세력들이 뭉친 개혁신당에서는 조율이 보다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양측이 조율 과정에서 언론에 각자 유리한 근거를 들어 상대 세력 비판에 나서는 모습은 무척 실망스럽다. 거대 양당의 '구태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명분으로 손잡은 세력들이 당 운영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언론플레이에 나서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 주장이 조율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선거운동 전권 위임 문제와 관련해선 합당 합의문상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대표와 법적 대표인 이준석 대표 간 권한 조정을 보다 분명히 하면 해결될 일이다. 이낙연 대표가 만든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던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공천을 둘러싼 이견도 합당 이전부터 예견됐다. 배 전 부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의 부인으로, 이준석 대표가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운행 저지 시위를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충분한 내부 논의 절차 없이 해당자 입당·공천 얘기가 불거지고, 그에 맞서 이준석 대표가 자르듯 배제 입장을 밝힌 건 개혁신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중 20% 정도가 제3지대 신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거대 여야의 기득권과 당내 패권주의 행태로는 복잡다단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개혁신당이 내부 이견조차 조율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양당 구도 타파라는 기대는커녕 '총선용 이합집산'이란 비판을 재차 확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