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 당했나요?" 놀란 日 모리야스 감독..."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24.02.17 20:04
모리야스 감독,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소식에 
"감독이란 직업,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느껴"

"경질 당했나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의 해임 소식을 듣고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17일 닛칸스포츠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J리그 슈퍼컵 가사와키 프론탈레와 비셀 고베 경기를 관전한 뒤 일본 취재진과 만나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전날 클린스만 감독을 부임 1년 만에 경질했다. 정몽규 협회장은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3시간가량 클린스만 해임 여부를 논의했고, 그 결과를 당사자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형태 등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경질 사유를 밝혔다.

모리야스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의 해임 소식을 전하는 취재진에게 "해임된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결과만이 아니라 무언가도 있는 것이 이 세계"라며 "이런 일은 축구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감독이란 직업은 다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클린스만 감독의 해임을 통해 다시 느꼈다. 남의 일이 아니다"며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지, 내가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가고 싶다. 다시 한번 어려운 세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이란과 8강에서 져 탈락했다. 한국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일본은 일찌감치 짐을 싸면서 자국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모리야스 감독의 경질설 등 비판이 거셌지만, 일본축구협회는(JFA) 지난 8일 기술위원회 회의 열고 모리야스 감독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소리마치야스하루 JFA 기술위원장은 "현 대표팀을 이전보다 더 지지해서 2026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부터 일본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모리야스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루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죽음의 조'로 불린 조별리그에서 축구 강국 독일과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며 돌풍을 일으켰다. 모리야스 감독은 월드컵 성과로 4년 재계약에 성공했고 이번 아시아컵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모리야스 감독은 아시안컵 내내 해외파 선수들 관리, 선수 교체 등으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에서 투혼을 발휘해 승리, 결국 4강에 진출하자 모리야스호에 대한 비판은 더욱 뜨거웠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