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서 철수… 러시아 '상징적 승리'

입력
2024.02.17 14:03
'탄약 부족' 우크라, 4개월 격전 끝에 철수 결정
러시아, 바흐무트 점령 이후 최대 전과 올려

무기 고갈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전격 철수했다. 러시아로선 지난해 5월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한 이후 올린 최대 전과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남부 타우리아 작전전략군의 사령관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 준장은 17일(현지시간) 새벽 텔레그램을 통해 "아우디이우카 주변의 작전 상황에 따라, (러시아군의) 포위를 피하고 병사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부대를 이 도시에서 철수시키고 더 유리한 전선에서 방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타르나우스키 준장은 "포격에서 10대 1의 우위를 점하는 러시아군이 아군 병사 시체 위로 진격하면서 끊임없이 포격하는 상황에서 이것이 유일하게 올바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위 공격을 막고 병력을 철수시켰으며, 우리 병사들은 지정된 전선에서 방어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한복판에 있는 아우디이우카는 도네츠크의 러시아 통제 지역과 가까운 요충지로 개전 초기부터 교전이 잦았던 지역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수개월간 아우디이우카에 병력을 집중시켰다. 우크라군은 약 4개월간 격전지 사수에 총력을 다했으나, 며칠 전부터는 러시아군의 포위공격으로 전황이 매우 어렵다는 소식이 잇따랐다.

앞서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아우디이우카가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탄약 부족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탄약 지원을 호소하고 있으나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예산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전황이 악화하고 있다.

아우디이우카 점령은 러시아가 오는 24일 개전 2년과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군의 사기 진작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전과가 될 전망이다. 아우디이우카는 2014년 7월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잠시 점령했다가 우크라이나가 통제권을 되찾은 곳으로, 러시아는 이 지역이 러시아의 일부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앞서 아우디이우카 점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대선에서 선전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징적인 승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1,500㎞에 달하는 전선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정도의 군사적 승리는 아닌 것으로 ISW는 내다봤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