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지도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수감 중 사망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이날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바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 조치를 했지만 사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나발니 측 레오니트 솔로비요프 변호사는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이틀 전(14일) 나발니를 면회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있던 교도소는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1,900㎞ 떨어진 고립된 곳이다. 특히 겨울철 혹한으로 악명이 높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주로 중범죄자들이 수감돼 '북극 늑대(Polar Wolf)'로 불린다고 한다. BBC는 "러시아 내에서도 가장 엄격한 감옥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12월 이곳으로 이감된 사실이 알려졌다.
2000년 정계에 입문한 나발니는 푸틴 반대 운동을 주도해 왔다.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측근들의 부패와 비리를 폭로하며 반(反)정부 운동을 이끌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최대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2020년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공격의 배후에 푸틴 정권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독일에서 치료 후 이듬해 1월 러시아에 귀국했다가 곧바로 체포됐다. 이후 극단주의 단체 조직 및 활동, 기부금 횡령, 사기, 법정 모욕 등의 혐의로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국제사회는 이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나발니의 이감을 두고도 푸틴과의 연관성이 제기됐다. 올해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러시아 정부가 그를 격리한 것이란 주장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3월 러시아 5선 대통령에 도전한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의 사망 소식을 보고받았다"면서도 "사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의료진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화살은 푸틴에 쏠리고 있다. 이날 개막한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나발니의 사망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나약함과 부패를 분명하게 보여줬을 뿐"이라며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푸틴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나발니의 죽음은 '살인'이며, 감옥의 환경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